‘AI’라는 새로운 도구 활용능력 제각각
생존에 필수지만 허용 범위 고민 여전
경남도민일보가 야심 차게 새로운 기사출고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낯선 시스템을 빠르게 받아들이고자 계속해서 질문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요, 생소한 기능을 차근히 익혀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스템 안정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적절히 다른 속도가 조화로워 다행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가 100%라면 민원 처리에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반대로 후자가 100%라면 시스템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잡아내기 어려웠겠죠.
시범 도입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안착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원히 새로운 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은 적응하는 순간 익숙한 것이 되기 때문이죠. 익숙해질 준비가 된 사람, 안 된 사람만 있을 뿐이죠.
‘AI(인공지능)’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저는 준비가 안 된 사람이었습니다. 현실감이 없었다고 고백하죠. 그런데 챗지피티(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주변에서 하나 둘 활용하는 사람이 보이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챗GPT를 제대로 써본 건 뉴미디어부서에 와서입니다. 후배들이 여러 예시를 보여주는데 신기하고도 무서웠습니다. 챗GPT보다 빨리 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기획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하루는 후배 기자가 “매일 우리 기사 한 건씩 쇼트폼(짧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어요”라고 했습니다. 입사 1년도 안 된 데다 이미 일이 많은데 추가로 업무를 주려니, 기특한 마음과는 별개로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물었더니 챗GPT를 활용하면 30분도 안 걸린다고 답했습니다.
잠시 다른 얘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소기업을 비하하면서 드는 일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작은 기업에서는 상사가 엑셀로 계산을 못 하게 한다고 합니다. 왜냐? 사람 손으로 해야 정확하다고 말이죠.
물론 비약이 심한 일화지만 이야기를 듣는데, 챗GPT로 콘텐츠를 만들겠다던 후배가 떠올랐습니다.
다시 후배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답변을 듣고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꼼수를 쓴다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내린 결론은 “대본은 직접 쓰라”였습니다. 근거는 있습니다. 아직 신입 기자이기에 기사를 곱씹고 거기서 핵심을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신입이 아닌 기자라면 챗GPT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고민은 여전합니다.
황석영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챗GPT를 써본 경험을 이렇게 얘기했죠. “<장길산>을 쓸 때 저런 놈(챗GPT)이 있었으면 날고 기었겠다.” 자기 콘텐츠가 있다면 디지털 도구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도 덧붙였습니다.
AI가 대세임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익숙해질 준비가 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경계에 있습니다. 현실은 알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여전히 답을 찾는 중입니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내 경쟁자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시대에 생존 여부는 AI를 얼마나 똑 소리 나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거죠.
AI 시대, 당신의 속도는 얼마인가요?
/김해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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