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설 운영비 위주로 반영
“행안부 지시 없어 어렵다” 해명
시 소극적 대응에 시민사회 질타
창원시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하 민주주의전당) 전면 개편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시민사회 개편 요구를 외면한 셈이다. 엉터리 전시 논란을 매듭짓기는커녕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4일 취재 결과, 창원시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주의전당을 운영·관리하는 문화시설사업소도 10억 원 규모로 예산안을 조정 중이다. 민주주의전당 예산안에는 기본시설 운영비와 행사비, 도서관 자료 구매비, 인건비가 포함됐다.
반면, 전시관 전면 개편이나 내부 공간 확충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시물을 교체하거나 다시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문화시설사업소가 제출한 예산안 중 전시 개편과 관련한 항목은 용역비 1억 원에 그친다. 전시 개선방향을 수립할 목적으로 구상된 비용이다. 이마저도 예산담당관실 검토 과정에서 감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내년에도 논란인 전시 행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민주주의전당은 역사 왜곡·부실 전시를 비롯해 전체 시설 대비 20%도 되지 않는 전시관 설계 문제 등으로 시민사회 지탄을 받고 있다.
창원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별도 지시나 직접적인 개선 권고를 받지 못했다”며 개편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창원시가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전시 내용이나 방향성을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민주주의전당은 총사업비 353억 원 중 121억 원이 국비다.
이쾌영 문화시설사업소장은 “전면 개편하라는 구체적인 행안부 지침이 없어서 당장 반영하기 힘들다”며 “싹 다 걷어내 새로 설치하라는 이야기가 없어 전면 개편 예산을 반영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용역비는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방향성을 정하는 기초조사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민주주의전당 개편과 관련해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주주의전당 개편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창원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94개 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제대로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창원시가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백남해 시민대책위 특임위원장은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후 김민석 총리가 직접 ‘면밀하게 검토해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라’고 행안부에 지시했는데도 아무런 대응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시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전면 개편에 나서야 한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병하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창원시가 선출직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이고 패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제대로 개관해 운영할 수 있는데도 행안부를 언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창원시는 오는 21일까지 창원시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예산안은 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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