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민주주의전당 ‘반쪽짜리 개편 추진’
전시 내용만 바꿔서는 변화 체감 어려워
창원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전시 개편 용역비 8000만 원을 책정했다. 예산담당관실이 문화시설사업소가 제출한 안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 예산안은 21일까지 창원시의회에 제출된다. 의회 추가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용역비만 놓고 보면 이제라도 시가 무언가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 내용은 실망스럽다. 내부 공간 재구성을 염두에 둔 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편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한 또 다른 쟁점은 비켜 갔다.
민주주의전당은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하고 이를 시민과 공유하려고 만든 공간이다. 그런데 시는 공간 구조 개선, 전시 확장을 비롯해 점자 전단·수어 해설, 전시 음성 안내와 같은 장애인 접근성 확보 문제를 외면했다. ‘전시 콘텐츠 재구상’이라는 포장만 예산안에 덧씌웠다.
전시 내용만 일부 바꾸는 건 부실한 건물에 벽지 색만 바꾸는 일과 같다. 이런 이유로 민주주의전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각계 인사들 역시 “공간 재구성 없이 콘텐츠만 손 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전당 전체 면적 대비 전시 공간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도서관, 사무실 등 전시와 관련 없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실제 전시 기능을 하는 공간은 2층 다목적전시실(469㎡), 지역특화전시실(307㎡), 3층 상설전시실(731㎡) 셋뿐이다. 그중 민주주의 역사를 다루는 공간은 지역특화전시실과 상설전시실, 두 곳(13%·1038㎡)이 전부다.
이처럼 시설은 규모에 비해 전시 공간이 좁고 구조가 비효율적이다. 그래도 시가 공간 재구성에 예산을 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형태는 유지하되, 내용만 일부 손 보겠다는 태도로는 시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창원시는 말이 아닌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왜 공간 재구성이 빠졌는가, 왜 시각·청각 장애인 등 시청각 약자 전시 관람 지원 예산이 0원인가. 이미 논란이 된 전시도 용역을 거쳐 만들어졌는데, 또다시 용역을 진행한다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
시는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방향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책임 있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향이라면 용역을 다시 진행한들 환영받기 어렵다. 용역 하나로 문제를 퉁 치고 넘어가려 한다면, 새로 전시가 꾸며져도 시설에 붙은 이름값은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다.
/최석환 시민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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