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국회의원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공기업 평가 시 기재부 제출 보고서 맹점 지적
"국민 생명을 숫자로 지우는 평가 제도 고쳐야"
기재부와 구윤청 장관 간 '엇달린 답변'도 도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가 느슨한 기준 탓에 기업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 집계를 사고 발생 연도가 아닌 산재 승인 시점으로 잡고 있어서다. 질병 사망자는 포함되지도 않는다. 원청 발생 사고는 중복 집계를 방지한다며 하청 보고에서는 제외된다. 이 탓에 한전KPS 2020~2024년도 산재 사망자는 5명이지만,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는 0명으로 기재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의원이 한전KPS와 고용노동부 자료를 종합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허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0~2024년 한전KPS 산재 사망자 수는 사고 2명, 질병 3명으로 총 5명이다. 올해 6월 사망한 노동자를 포함하면 6명이 된다. 하지만 이 기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는 산재 사망자 수가 매년 0명으로 쓰여 있다. 모든 공공기관은 매년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작성해 공시하고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무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허성무 의원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무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허성무 의원실

허 의원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구윤철 기재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물었다. 그는 “2023년, 2024년에도 한전KPS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2020~2024년 고용노동부 제출 자료에는 사망자가 2명으로 기록되지만, 기재부 보고서에는 0명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승인연도 기준, 질병 사망자 제외, 원·하도급 분리 규정 등 제도적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KPS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2020~2024년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23년 9월 11일 충남 서천에서 배관 점검 중 배관이 터져 분출되는 스팀에 맞아서, 2024년 10월 2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철탑에 올라 점검 작업 중 감전 후 20m 아래로 떨어져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고 기록돼 있다.

기재부 측은 애초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계획 등을 포함하고자 산재 승인 기준으로 반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 답변에 나선 구 장관은 이와 달리 “산재 통계는 승인 시점 기준으로 집계되지만, 경영평가에는 발생 시점 기준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상 ‘0명’으로 기록된 것과는 다른 대답이다. 기재부 관계자와 구 장관이 서로 다른 대답으로 국회를 현혹한 셈이다.

허 의원은 잘못된 기준이 공기업 경영 평가 왜곡을 부른다는 견해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관리 항목 가중치가 6에서 1로 축소되면서, 실제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재무실적만 좋으면 등급이 올라가는 기형적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전KPS는 2020~2022년 B등급(양호)이었지만, 2023년에는 사망사고가 있었음에도 ‘재무실적 개선’을 이유로 A등급(우수)을 받았다.

허 의원은 이를 두고 “국민의 생명을 숫자로 지우는 평가 제도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발생연도 기준 집계, 질병 사망자 포함, 원·하도급 분리 개선, 안전관리 항목 비중 복원 등을 속히 도입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산재 예방과 근절’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이재명 정부 정책 방향도 예로 들며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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