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임에도 자치단체·은행 공개 저항
행정안전부도 '영업 기밀' 탓하면서 '쉬쉬'만
정부는 국민연금 등 어디, 얼마나 다 공개해
이 대통령 "공개 검토하라", 행안부 예의주시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과정과 수취 이자율이 이번에는 투명하게 공개될지 관심을 끈다. 그동안 국민 알권리 강화와 자치단체 행정 정보 투명화 차원에서 논의돼온 과제다. 자치단체가 금고에 넣어두는 예산은 말 그대로 국민 세금인데, 각 자치단체는 금융기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약정 이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자치단체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는 전국을 다 조사한 다음 정부에서 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날 “지금 지방 금고(은행)를 70% 가깝게 농협이 하고 있다”며 “연구소가 2023년도 기준으로 분석해보니 170조 원 정도 돈을 지자체가 기금과 일반예산으로 갖고 있더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돈에 이자수익이 얼마인지 따져보니 높은 곳은 4.7%인 지역이 있지만, 낮은 곳은 0.5%”라며 “이 차이는 어디서 되는가, 지자체장 의지 문제도 있지만 먼저 투명하게 이 내용을 공개한다면 충분히 주민들이 항의하고 좀 더 개선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는 세입 예산을 특정 금융기관 한두 곳(1·2금고) 계좌에 넣어두고 관리한다. 금고 약정은 조례에 따라 3~4년에 한 번씩 갱신하는데, 금융기관들은 매번 금고 유치전을 벌인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 대표 금융기관이라는 상징성도 얻기 때문이다. 경남도와 17개 시군 제1금고는 농협은행, 창원시 제1금고는 경남은행이다. 농협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제1금고가 아닌 곳은 제2금고 약정을 맺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4월 ‘2023년 전국 지자체 금고 공공예금이자 수입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에 공개된 재무제표상 평균 잔액(2023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지방재정연감 속 공공예금이자 수입 정보로 전국 지자체 1·2금고 합산 이율을 역산한 ‘추정치’다.

2023년 전국에서 금고 이율 추정치가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영광군으로 4.7%였다. 가장 낮은 곳은 대구 달성군으로 0.5%에 불과했다. 전국 합계 평균은 1.62%다.

도내 금고 이율 추정치에는 자치단체별 편차가 드러난다. 가장 높은 곳은 하동 2.7%, 가장 낮은 곳은 남해 1.0%였다. 양산·밀양 2.3%, 고성·김해 2.2%, 함양 2.1%, 산청·합천 1.9%, 통영 1.8%, 창원·사천·함안 1.7%, 진주 1.6%, 거창 1.5%, 창녕 1.4%, 거제·의령 1.3%를 나타냈다. 경남도 본청은 1.1%였다. 같은 농협에 돈을 맡겼음에도 하동과 남해 사이에 1.7%포인트(p) 차이가 있다.

정 소장은 “어떤 농협은 4.7%인데 어떤 농협은 0.5%인지를 자치단체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공개하라면 저항을 하는데 행안부의 대처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자치단체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 1항 7호 금고업무 취급 약정서(비밀유지 협약) 등을 근거로 공개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영업 기밀이기에 안 된다는 논리인데 정부는 국민연금부터 모든 것을 어디다 맡기고 얼마를 벌었는지 공개하는데 비해 지방은 안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정 소장 견해다.

지난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한병도(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을) 의원이 이 관련 문제를 제기했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조오섭 전 국회의원(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금고 약정 이율 공개 의무를 담은 ‘지방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검토보고서를 보면 행안부는 금융기관 영업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법안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자치단체와 은행 측 논리를 답습했다.

반면에 전남 해남군은 조례로 △자금관리 현황·평균잔액 △이자수입 총액 등 정보와 금고 운용 실적을 누리집에 연 2회 공개하고 있다.

은행들은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공개하겠다는 견해다. 지난해 이 사안 관련 <경남도민일보> 질의에 경남은행 관계자는 “관련법이 통과된다면 그에 따라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농협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국민 합의에 따라 제도가 개선된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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