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선도, 경남과 사천] (4) 우주항공복합도시 사천 건설 어떻게 되나?

세계적 우주항공도시 툴루즈
프랑스 정부 전폭 지원 덕 성장
한국은 정치권 입장 엇갈려

우주항공청 사천에 만들었지만
기능·지역 분산 법안 발의 등
국회의원 간 경쟁에 지원 발목
경남도·사천시 "특별법 절실"

프랑스 툴루즈가 유럽 우주항공수도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에어버스(Airbus)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 에어로스페이스 밸리(Aerospace Valley)를 형성한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850여 개 기업에서 유럽 전체 우주항공 인력의 약 25%가 일한다. 둘째는 공학을 기반으로 한 우주항공 특성화 대학의 인재양성 시스템이다. 기업이 원하는 졸업생 배출로 시 전체 인구의 약 25%가 대학생이며 이는 지속 가능한 우주항공도시로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셋째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정주환경 조성이다. 파리보다 낮은 집값과 물가 잡기, 시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한 교통편 확충, 풍부한 스포츠 인프라 덕분에 해마다 1만여 명의 인구가 늘고 있다. 마지막 비결이 핵심으로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우주항공산업 육성 정책과 지속적인 지원이다. 파리에 집중된 산업을 분산시키고자 1960년대 툴루즈에 국립우주청(CNES) 연구센터와 우주항공연구소(ONERA), 관련 기업, 대학들을 이전시켰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 비전 제시와 강력한 추진이 특정 산업의 지역 성장을 어떻게 견인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우주항공청이 출범했을 뿐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의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를 툴루즈처럼 '우주항공복합도시'로 건설하는 특별법은 정치권 이견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누리호 실물 모형 /우주항공청
누리호 실물 모형 /우주항공청

◇우주항공복합도시 사활 건 경남도·사천시 = 장클로드 다르들레 툴루즈 부시장은 "인구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은 우주항공기업의 적지 않은 연봉과 비금전적 보상, 삶의 질까지 이 도시에 살게 하는 중요 요소들이 만족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록 임시청사이지만 우주청이 들어선 사천시는 툴루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 수도와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툴루즈에 대표기업인 에어버스가 있다면 사천에는 국내 유일 항공기 완제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다. 또한, 툴루즈와 보르도가 연결된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에는 못 미치지만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경남에는 104개 기업(항공 분야 전국 64% 차지)과 13개 연구기관이 있다. 

'대학도시'로도 불리는 툴루즈가 성장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인 대학을 보면, '우주항공·방산 글로컬 대학'인 경상국립대학교와 사천에 우주항공캠퍼스를 설립한 국립창원대가 있어 인재양성과 산학협력이 기대된다.

사천 우주항공복합도시 홍보물 /사천시
사천 우주항공복합도시 홍보물 /사천시

이런 조건으로 경남도와 사천시는 툴루즈를 모델로 삼아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위치는 우주청 신청사가 들어설 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 사천지구다. 우주청을 중심으로 산·학·연을 집적화하고, 정주여건도 갖춘 도시 건설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려고 지난해 1월 종합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정 △위성개발혁신센터 건립 △우주환경시험시설 구축 △사천 우주항공선 국가철도망 구축 △사천공항 확장 등 21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연구·교육·국제교류·관광 등 복합 기능이 갖춰진 자족 도시를 만든다.

도는 우주항공복합도시 개발 공간 구상을 10월까지 완성한다. 사천시는 자체 사업으로 우선 추진하고자 지난해 12월부터 진행 중인 도시개발 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윤인국 경남도 산업국장은 "범정부적 지원에 앞서 우리 지역부터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하나씩 실현해야 한다"면서 "우주항공복합도시는 단순한 도시 개발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거점이자 동북아 우주항공 강국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시는 2030년까지 자연 증가 11만 4000명, 사회적 증가 9만 4000명, 관련 기관·기업 유치 9800명, 산업 고용 유발 4만 8000명 등 총 25만 7000명 인구 유입을 목표로 한다. 사천~진주 광역 교통망을 비롯해 산단과 의료·문화·교육시설 등 도시 인프라 확충을 위한 밑그림을 구상 중이다.

박동식 사천시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천시
박동식 사천시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천시

박동식 사천시장은 지난달 말 인터뷰에서 "올해 2월 툴루즈를 방문한 후 툴루즈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어떻게 세계적인 우주항공도시로 성장했는지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확인했다"면서 "우리 특성에 맞는 '한국형 우주항공복합도시' 사천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청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무엇보다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는 "우주 항공복합도시 건설은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의 상징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고,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별법 제정은 우리 시의 정주환경 개선을 비롯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가 우주산업의 체계적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인 만큼 다양한 논의를 거쳐 법안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 중"이라며 "우주청 설치 특별법도 어렵게 통과시켰는데, 이번 특별법도 정당을 떠나 대한민국의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본질에 충실하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여야를 아우르는 국회 설득 노력으로 특별법 제정 당위성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핵심기술 개발과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 강화를 위해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연구개발(R&D) 기능 강화가 중요하다는 견해다. 특히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유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지사는 "경남은 우주 분야 R&D 기능이 극히 취약한 상태인데, 우주청이 있고 관련 산업이 집중된 곳으로 연구기관도 집적화해야 한다"면서 "항우연과 천문연이 경남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최소한 분원이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주항공소재부품연구원과 첨단항공모빌리티(AAM) 실증센터 설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우주항공청 청사 /경남도민일보 DB
우주항공청 청사 /경남도민일보 DB

◇정부 강력한 의지, 우주항공복합도시 관건 = 경남도와 사천시 노력에도 국가 우주항공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우주청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황정아(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을) 국회의원은 우주항공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신설하는 내용의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최근에는 정동영(민주당·전주병) 국회의원이 우주청 산하에 '우주개발 총괄기구'라는 법인을 신설하는 '우주기본법안'을 냈다. 반면 서천호(국민의힘·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이 항우연과 천문연을 사천시로 이전시키는 법안을 내긴 했지만, 같은 당 충청권 의원들의 공동발의 철회로 무산됐다. 이처럼 한국 우주항공 정책은 여야 정치권 견해가 엇갈리고, 지역 간 경쟁과 갈등으로 변질하고 있다.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정부 정책 혼선과 기능 중복, 예산 낭비 등 부작용을 가져온다. 

"선거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빈말하고 그런 게 (정치인들의) 습관이 돼서 제가 뭔 얘기를 해도 안 믿더라고요. 근데 저는 좀 달라요. 한다면 하죠. 연말까지는 이사를 올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지역 간담회를 열고, 정치인의 덕목을 강조했다. 자신이 선거 전에 한 말을 꼭 지키겠다며,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관련 기관 이전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서부경남을 방문해 K 우주산업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주청 청사는 조기에 완공하고, 진주와 사천지구에 우수 인재와 기업이 모일 수 있도록 정주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약속을 지키려면 민주당 대전 일부 의원 눈치를 보지 말고,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움직여야 한다. <끝> 

/이영호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우주항공' 교육 과정의 하나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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