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선도, 경남과 사천] (3) 한국 우주항공산업 발전, 대학 인재양성 시스템 관건
프랑스 국립항공대학 '에낙'
민간 분야 전문인력 양성 특화
고등대학 '이자에 수파에로'
우주항공 우수 과학자 배출
정부 차원 집중적인 지원 받아
경남 경상국립대·국립창원대
우주항공 인재 육성 거점 목표
유럽·일본 대학과 교류 강화
프랑스 남서부 도시 툴루즈(Toulouse)는 파리 다음으로 큰 대학 도시이다. 인구의 약 25%인 11만 5000여 명의 대학생이 있다. 이 중 4100여 명은 박사 과정이다. 특히, 툴루즈 전체 대학생 중 10% 이상은 외국인 유학생이다. 툴루즈가 유럽 '우주항공 수도'로 성장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공학을 기반으로 한 우주항공 특성화 대학의 존재이다.
각 대학이 경쟁하면서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협업해 세계적 수준의 우주항공 분야 전문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기업 수요에 맞춘 현장 실습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역 내 취업률을 높였다. 나아가 기업과 대학, 프랑스 국립연구소가 연계된 산·학·연 클러스터는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를 배출한다. 이에 지속 가능한 우주항공도시 툴루즈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으며 대학생을 중심으로 매년 1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경남 사천시에 들어선 우주항공청과 가까운 경상국립대학교, 국립창원대학교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높은 취업률과 질 높은 연구역량 = 에낙(ENAC)은 프랑스 국립항공대학이다. 민간 항공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항공 공학과 조종, 항공 교통관제와 안전, 공항 관리 등 광범위한 실무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에어버스(Airbus), ATR, 사프란(Safran), 탈레스(Thales) 등 주요 우주항공 제조사와 항공사, 공항과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졸업생들이 해당 분야로 진출한다. 국제교류가 활발한 에낙은 한국항공대, 한서대와 교류 중이다.
마크 슈포 에낙 대외·국제협력 담당은 "실제 항공우주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졸업생의 95% 이상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툴루즈에서 평생직장을 구해 정주 취업률이 높다"면서 "우리는 프랑스 민간 항공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전 세계 항공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소개했다.
이자에 수파에로(ISAE-SUPAERO)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 고등항공우주대학이다. 프랑스 국방부 관리를 받는다. 국립연구소와 세계적인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연구과제 다수를 진행 중이다.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정보통신공학, 위성항법 시스템학 등에서 우수한 역량의 과학자를 다수 배출했다. 또한, 탈탄소화와 지구보호 등 우주 분야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엠마누엘 제누 이자에 수파에로 국제관계 부장은 "교육 목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으로, 에어버스 등 툴루즈 우주항공 기업들이 제공하는 10만 개 일자리는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부담이 없다"며 "현 에어버스 CEO도 우리 대학 출신인데, 앵커기업과 연구소 협력을 통해 최고 엘리트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와 교류에 만족하고 있어 앞으로 성과를 기대한다.
대학 근처에 있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국립항공우주연구센터(ONERA)와 협력하는 에낙과 이자에 수파에로는 프랑스 고등교육 제도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에 포함돼 있다. 프랑스 일반 대학이 대중 교육을 지향하는 반면, 그랑제콜은 소수 정예 우수 인재를 선발해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우주항공 그랑제콜 도입하는 경상국립대 =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은 지난해 11월 툴루즈를 방문, 인사툴루즈(INSA-Toulouse) 대학과 복수 석사 학위과정 운영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우주항공 분야에서 4명의 경상국립대 학생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앞으로 유럽 대학들에 보내는 교환학생과 복수 학위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할 가칭 'GNU 유럽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며 다음 달 인사툴루즈대학을 방문해 협의를 완료한다.
이 밖에 벨기에 몽스대학과 복수 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 콩피에뉴공과대학에는 이번 가을학기에 교환학생 1명을 파견한다. 또한, 영국 크랜필드대학과 복수 석·박사 학위과정 운영을 협의 중이다. 이밖에 네덜란드왕립우주항공연구소(NLR)와 기술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권 총장은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권위 있는 유럽 대학들과 전략적으로 제휴를 확대해 우주항공 분야 글로컬 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인사툴루즈대학을 거점으로 선택했다"면서 "유럽 대학 학위도 받는 동시에 서울대와 공동 학위제가 성사되면 우수 인재들이 우리 대학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에 전폭적인 지원을 바란다.
특히, 그랑제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랑제콜은 프랑스어로 '위대한 학교들'이라는 의미가 있다. 입학하려면 경쟁적인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로 5년제로 석사 과정이 많다. 이론 교육과 함께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과 지식을 강조하며 기업 인턴십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권 총장은 "간단하게 말하면 우주항공에서 서울대나 카이스트는 박사·교수를 만드는 대학인 반면 우리는 석사 위주로 산업에 도움을 주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우리 대학은 항공에 집중돼 있었는데 앞으로 우주 인력을 본격 양성하면 사천과 진주에 관련 스타트업이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툴루즈 같은 산·학·연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경남테크노파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이 참여하는 우주항공 연구개발(R&D) 조직 구성을 제안했다.
올해 3월 사천시 우주항공청 인근에 임시 우주항공캠퍼스를 개설한 국립창원대 역할도 중요하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본 캠퍼스 설립 계획도 밝혔는데 지역 우주항공 산업 기반과 연계한 전문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은 최근 일본 규슈공업대학을 방문해 석·박사 과정생과 박사 후 연구원 등 고등연구자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 규슈공대는 초소형위성시험센터와 혁신적 우주 이용 실증 실험실을 갖추고 있어 첨단 시험 장비들을 공동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 대학 지원 필요 = 프랑스 정부는 1955년 시작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1968년부터 툴루즈에 국립연구소와 우주항공 중심 대학을 집중적으로 이전시켰다. 툴루즈 대학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우주항공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지역 산업 발전과 연계된 거대한 생태계 구축의 핵심 요소로 대학을 활용한다. 정부는 대학과 국가 R&D 프로그램(France 2030 등)을 연계해 투자한다. 툴루즈 메트로폴(지방정부)과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산업 클러스터)는 'B612' 운영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와 연계해 학생 창업을 지원한다. 프랑스 정부는 단일 기관 지원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항공우주산업 핵심 클러스터로 만들려는 국가 전략으로 실천한 것이다. 우주항공복합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강조하는 장클로드 다르들레 툴루즈 부시장은 지역 대학에서 배출된 우주항공 우수 인재는 툴루즈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전략적으로 추진한 세 가지는 첫째가 대학 교육에서 엔지니어 양성, 둘째는 연구기관 전폭적 지원, 셋째는 산업계를 우수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과 연구, 산업을 연결하는 이 구조는 지식의 트라이앵글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영호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우주항공' 교육 과정의 하나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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