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선도, 경남과 사천] (2) 프랑스 우주항공기업과 유럽우주국
차세대 우주발사체 '아리안 6호'
유럽 600여 개 기업 제작 참여
질서 정연한 조립 현장 눈길
위성 전문 탈레스 합작 회사
기후·농업 등 데이터 활용 초점
스타트업 양성 센터 보유.지원
23개국 참여하는 유럽우주국
세계 여러 국가·기관과 협정
한국 우주항공청과 협약 임박
프랑스는 유럽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로 위상이 높다. 대형 민간기업과 공공 연구기관, 전문 스타트업이 촘촘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파리와 툴루즈에서 유럽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우주항공 기업과 유럽우주국(esa)을 취재했다. 각 기업은 우주항공 기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혁신 과제를 실현해가고 있는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유럽우주국은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과 본격적으로 협력에 나선다. 세계 최대 지구관측 프로젝트에 참여가 기대된다.
◇스페이스 X와 경쟁하는 '아리안 6' = 파리 중심부에서 센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약 36㎞ 거리에 있는 레 뮈로(Les Mureaux). 인구 3만 5000명의 이 도시에 유럽의 우주 발사체 종합 조립공장이 있다. 지금은 차세대 우주발사체 '아리안 6호(Ariane 6)' 조립이 한창이다. 아리안 6호는 올해 3월 첫 상업발사에 성공했다. 아리안그룹(ArianeGroup)에서 발사체 조립을 맡은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가 한국 언론에 조립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트북은 물론 휴대전화도 소지할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아리안스페이스 발사체 조립동 규모는 이미 국내에서 관련 시설을 본 후라 놀랄만했다. 압도적인 크기였지만, 내부는 질서 정연했다. 로봇을 통한 공정 자동화와 작업 시각화 시스템 덕분에 마치 반도체 공정을 보는 듯했다. 현장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실시간 작업 공정과 재고 상태가 표시돼 있었다.
아리안스페이스 비즈니스 관리자인 캐롤린 아르노(Caroline Arnoux) 씨는 "아리안 6호는 조립 전 과정을 수평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작업자 접근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면서 "기존 수직·수평을 반복하던 아리안 5호에 비해 시간과 비용 모두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아리안 6호는 유럽우주국이 2014년부터 개발한 차세대 발사체다. 지난 3월 첫 상업 발사에 성공하며 아리안 5호를 대체했다. 스페이스 X의 팰컨 9과 경쟁할 유럽의 핵심 발사체로 주목받고 있다. 아리안그룹은 유럽우주국, 다양한 기업과 연구기관 협력을 통해 유럽의 우주 기술 자립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되고자 한다.
아리안 6호 개발에는 유럽 13개국 6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1단은 프랑스, 2단은 독일 브레멘, 페어링은 네덜란드, 엔진은 프랑스 베르농, 부스터는 보르도에서 제작된다.
레 뮈로에서 조립된 아리안 6호는 근처 센강을 통해 노르망디 항구 르아브르로 운송되고 나서, 전용 화물선 '카누페(Canopee)'를 타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Kourou) 발사장으로 이동한다.
기술적 특징도 눈에 띈다. 아르노 관리자는 "아리안 6호는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고객 수요에 맞춰 구성할 수 있고, 유럽 다른 발사체 베가 C와 일부 부품은 호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회 추가 발사를 계획 중이며, 앞으로 연 8~10회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며 "아리안스페이스는 1992년 이후 한국 위성 8기를 발사했으며, 현재 아리랑 6호와 7호 발사도 준비 중인데 한국은 오랜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위성 역할 키우고 스타트업 양성 노력 = 유럽 우주항공 수도로 불리는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즈에 있는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 탈레스(67%)와 레오나르도(Leonardo)(33%)의 합작 투자 회사다.
유럽 대표 위성 전문 기업으로 2024년 22억 3000만 유로(한화 3조 6000억 원)의 통합 매출을 기록했으며, 유럽 15개 사업장을 포함해 7개국에 8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한국에도 지사를 뒀다.
통신과 내비게이션, 지구 관측, 환경 모니터링, 탐사, 궤도 인프라를 제공하는 유럽 최대 인공위성 제작사다. 기후·농업·재난관리 등 인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위성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양성 센터를 보유 중인데 기술적 가치에 따라 현재 150여 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10만 유로부터 연구비를 지원하며 6개월마다 성과 확인 후 협력 연장 의사를 표현한다. 핵심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은 탈레스와 같이 연구·개발을 할 것을 제안(Spin-in)하는 반면 나머지는 독립을 원할 시 내보내게(Spin-out) 되는 구조다.
올리비에 길버트(Olivier Guilbert) 부사장은 "우리 미래 전략에 따라 달과 화성탐사에도 기술개발에 투자 중인데 그 실현은 스타트업 미래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위성 데이터 분석기업 스텔라비전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우주항공청과 협력 기대 유럽우주국 = 1975년 설립된 유럽우주국은 유럽 23개국이 참여하는 우주개발 총괄기관이다. 정규 직원 2500여 명, 협력 직원까지 6000여 명이 일한다. 본부는 파리에 있다. 연간 예산이 약 77억 9000만 유로(한화 12조 6000억 원)에 이른다. 프랑스가 분담하는 금액이 21.3%로 가장 많고, 독일(18.8%), 이탈리아(15.8%) 순으로 많다.
로켓과 위성을 제작해 발사하며 우주비행사를 훈련한다. 지구를 관찰하고, 우주를 탐험한다. 캐나다가 협력국으로 함께하는데 한국도 공식 협력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우주국 관계자가 처음 공개한 장소는 2층에 있는 대회의장. 유럽의 미래 증진(ELEVATING THE FUTURE OF EUROPE)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본부는 개방과 협력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울리케 볼만(Ulrike M. Bohlmann) 유럽우주국 박사는 "우리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지구를 보호하고, 우주를 평화롭게 탐사하는데 전념한다"며 "회원국들은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려고 재정·과학적 자원을 공유하는데 소통을 유도하는 건물 구조도 우리의 핵심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방성은 유럽우주국의 강력한 힘이다. 세계 여러 국가·기관과 600여 개 협정을 체결했고, 매년 8~10개 새 협정을 맺고 있다. 회원국 외 국가들과도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만간 한국 우주항공청과 기본 협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할 예정이다. 캐나다와 같은 협력국이 되기 위한 초기 단계다.
알렉산더 수섹(Alexander Soucek) 국제협력담당관은 "지난달 회원국 모두가 한국과 협력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며 "기본 협약 체결과 서명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기술적 다양성이 강점"이라며 "협약 체결 후 위성항법과 기초과학, 천문탐사, 태양 관측 분야에서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우주국이 공동 운영하는 세계 최대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주목된다. 코페르니쿠스는 10억 명의 인구가 해발 10m 미만에 사는 점, 1990년대 초반 이후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9.1㎝ 상승한 점 등 기후변화 위기에 집중한다.
수섹 담당관은 "우리는 태양 폭풍으로 유럽에 160억 유로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태양열 위험에도 주목한다"면서 "수명을 다해 죽은 위성의 궤도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척하고, 우주파편과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노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유럽우주국은 '우주와 지구 안전 지키기'를 목표로 우주항공 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고, 투자자와 협력을 주선하는 역할도 한다. 유럽우주국은 왜 인류가 우주에 더 가까이 가려 하는지 답하고 있었다.
/이영호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우주항공' 교육 과정의 하나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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