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산불-폭염-폭우 잇달이 연쇄 발생
산청 3월 대형산불 슬픔 가시기도 전에
6월 폭염 이어 7월 기록적 폭우·산사태
지리산+남해안 낀 경남 특성 탓 증폭
기후 위기 가속화에 악순환 반복 현실
"기후위기 막을 '담대한 전환' 실천해야"
가뭄에 이은 대형산불, 장마 없는 폭염, 다시 가뭄이 이어지다 폭우…. ‘복합재해’가 일상화됐다.
이는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갈수록 깊고 광범위해진 현실이다. 복합재해는 ‘가뭄·산불·폭염·폭우·산사태와 같은 재해가 동시에 일어나거나, 서로 영향을 끼치며 연쇄 혹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재해’다.
산청군민은 올해 복합재해에 신음하고 있다. 3월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로 진화대원·공무원 등 4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산불은 지난겨울 가뭄에 건조한 산림과 강풍 등 산불 대형화 조건에 맞물렸다. 전문가들은 경남을 둘러싼 바다 고수온 심화-고기압 발달-이에 따른 가뭄으로 건조했던 환경을 지적했다. 특히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과 강한 바람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6월 장마 때는 찔끔 비를 뿌렸고,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7월 들어 가뭄을 우려하던 차에 이번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그야말로 기록적이었다. 산청군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자료를 보면, 산청에는 16~19일 4일간 632㎜의 비가 내렸다. 특히 시천면은 798㎜가 쏟아졌다. 산청군 연평균 강수량이 1556㎜였는데, 4일 만에 1년 치 비의 50%가량을 쏟아낸 셈이다.
지리산이 있는 산청 날씨는 평소에도 지리적 영향으로 변덕스럽지만 기후위기가 이를 더욱더 증폭하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서쪽에서 몰려온 비구름이 지리산을 타고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산청에 기록적 폭우를 쏟아냈다”며 “또한 남해안 지역은 기후위기로 여름철이면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기에 국지성 호우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폭우 이후에 폭염 장기화에 따른 가뭄이 심해지면 다시 복합재해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반 센터장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어 폭염 확대가 예상된다”며 “비가 온 직후라 저수량이 좋지만, 태풍·장마 소식 없는 폭염이 이어진다면 가뭄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우영 동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조교수도 학술저널 ‘새로운 재해의 패러다임, 복합재해와 그 전망’에서 경남지역 복합재해 위험성을 경고했다.
나 교수는 “경남은 물 관련 자연재해에 취약한 환경적 요소를 갖춘 대표적 지역”이라며 “특히 산청군은 산악지형이기에 집중호우로 말미암은 홍수에 취약하고 산사태 발생 위험도 또한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남에서 복합재해가 두드러지게 발생해왔다고 분석했다. 홍수, 가뭄, 산불 등 여러 재해가 시·공간적으로 연결돼 복합재해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나 교수는 “대기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수분을 더 많이 머금게 되는데, 이는 곧 비가 내리면 폭발적으로 내린다는 의미”라며 “결국 비가 내린 후 다시 비가 내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켜 가뭄 발생 위험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로 가뭄·산불·폭염·폭우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탄소배출량 줄이기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비롯해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은아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로 말미암은 폭염·폭우가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큰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정부·지방자치단체·국민이 사회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말하는 ‘담대한 전환’에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재앙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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