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좋지아니한가] 20. 합천군-대장경식품 율피떡 세트
합천 특산물 밤 활용해 찹쌀떡 등 개발
밤껍질은 떡으로 알맹이는 앙금으로
밤껍질 탄닌 성분 몸에 좋은 황산화물질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아 일석이조
지역 대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노력
"고향사랑기부에도 많은 관심과 동참을"
'율피'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밤 율(栗)과 껍질 피(皮)가 합쳐진 단어이지만 밤에는 껍질이 3개나 된다. 가시로 된 바깥 껍질과 딱딱하고 단단한 껍질, 그리고 촉촉한 속껍질을 가지고 있다. 율피는 바로 이 속껍질을 일컫는다.
껍질이 3개라는 것은 알맹이를 탐내는 이가 많고, 그만큼 가치 있다 하겠다. 가시는 아무래도 새나 다람쥐, 멧돼지 등 덩치가 큰 동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일 것이며, 단단한 껍질과 속껍질은 벌레나 곤충 침입을 막으려는 것일 테다. 속껍질은 떫은맛이 나는데 '맛이 없고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연막작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밤을 자연이 주는 보물이라 부르기도 했다. 밤 알맹이 못지않게 속껍질도 대접을 받고 있다. 몸에 이로운 성분으로 쓰임새와 가치를 활용한 합천 특산품이 바로 율피떡이다.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 = 합천 특산품으로 대접받는 율피떡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식품은 아니다. 손창모(48) 대장경식품 대표가 만든 상품이다. 합천군 봉산면이 고향인 손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에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고, 졸업 후 곧장 사진관을 창업했다. '아기 사진 잘 찍는 곳'으로 소문나면서 손 대표는 밤낮없이 바빴고, 휴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우는 아이를 웃게 해서 사진 찍는 일이 쉬운 게 아닌데,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진이 빠지더라고요. 요즘 말로 번아웃이겠죠. 어느 순간 '우리 아이들과는 놀아 주지도 못하면서 남의 아이들만 보고 지낼 수는 없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고향으로 돌아올 결심을 했습니다."
나름 준비하고 귀향했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로니아 재배, 가물치 양식, 양파즙 제조도 해봤는데 모두 실패했다. 이후 그는 1년 동안 시간만 나면 밴치마킹을 위해 전국 곳곳을 누볐다. 또 군청과 농협 등에서 하는 귀농·귀촌 학교에 나가 꾸준히 교육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율피 활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밤 껍질에 몸에 좋은 성분이 = 밤은 합천은 물론 거창·산청·함양 등 경남 북부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임산물이다. 손 대표 아버지도 밤 농사를 지었다.
"어느 날 TV에서 밤 속껍질이 몸에 좋다는 건강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순간 머리에서 뭔가 번쩍하는 기분이 들었지요. 그때부터 밤 껍질을 활용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습니다."
밤 껍질에는 탄닌과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다. 탄닌 탓에 떫은맛이 난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탄닌과 폴리페놀은 노화 방지, 면역력 강화, 소화 촉진, 해독작용, 염증 감소, 피부 건강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래서 밤 껍질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다려서 차로 마시고 우린 물로 세수를 하기도 한다.
율피떡은 이렇게 탄생했다. 찹쌀에 밤껍질 가루를 섞어 떡을 만들고, 밤 알맹이는 견과류와 함께 떡에 들어가는 앙금 재료로 사용했다.
시간이 갈수록 율피떡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건강한 맛이 좋아요', '달지 않아 계속 먹게 됩니다', '차지고 맛있습니다', '냉동해서 먹으면 새로운 맛이 납니다' 같은 호평이다. 소비자 반응과 함께 제품 개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율피떡 만들기를 결심했다고 해서 곧장 상품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3년가량이 걸렸다. 손작업이 아니라 자동화 생산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장경식품은 HACCP 생산설비 인증을 받은 자동화 시설에서 인력 3명이 하루에 8000개 떡을 생산하고 있다. 사람 손으로 했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생산량이다.
◇외국까지 퍼진 인기 = 대장경식품은 '달콤한 밤이야기' 브랜드로 율피 찹쌀떡, 율피 인절미, 율피 초코떡, 카스텔라 율피빵, 밤라떼베이스를 생산한다. 바로 먹어도 되고, 얼렸다 해동해 먹으면 아이스크림 제품 '찰떡 아이스'와 유사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밤라떼베이스는 특허를 받아 전국 800여 카페에 공급된다.
대장경식품는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는 물론 7월부터 카카오에도 입점했다. 손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예상과 달리 밤라떼베이스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출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호주와 일본·미국에서 요청이 있었고 샘플을 보냈습니다. 올해 한 곳이라도 성사가 됐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계속 문을 두드려 볼 생각입니다."
이처럼 손 대표는 지역 특산품을 생산하는 작은 기업에 머물지 않고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나고자 계속해서 '탈피'하며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고향사랑 시작은 기부로 = 대장경식품이 생산한 제품은 주로 합천 주요관광지인 황매산, 해인사,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대장경테마파크와 합천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팔린다. 지역사랑기부 답례품으로는 3만 원짜리 '합천 밤으로 만든 율피 3팩 선물세트(율피 찹쌀떡·율피 인절미·율미 초코떡·율피빵·밤라떼)'가 제공된다.
손 대표가 선택한 귀농·귀촌, 합천 농산물을 활용한 특산품 생산 모두 고향 사랑이 그 바닥에 깔렸다. 손 대표는 "어머니 품 같은 고향 덕에 이렇게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꾸준히 지역과 함께하고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되면 합천 수험생에게 선물할 율피 찹쌀떡을 고등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지원한다. 틈틈이 어려운 이웃과 관련 기관에 떡과 생산품 기부도 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군에 체육발전기금도 기탁하고 있다.
"저를 품어주고 다시 일어설 배경이 된 곳은 고향입니다. 제가 만든 제품이 답례품으로 뽑혀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소멸을 막고 지역을 살릴 좋은 제도입니다. 활성화하려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10만 원이면 그 이상을 돌려받습니다. 올해는 꼭 동참하길 권유 드립니다."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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