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 7부 파기환송심 재판부
이 후보 측 '기일변경 신청' 받아들여줘
대선 이후인 내달 18일로 첫 공판 연기
대장동 사건 대선 이후인 내달 24일로
당선 후 '불소추특권' 해석 또 다른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15일로 예정된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내달 18일로 연기했다. 재판 공정성과 균등한 선거 기회 보장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이 이례적인 ‘초고속 결정’으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을 노골화하자 정치권에서 법조계 기득권을 겨냥한 ‘사법 개혁’ 논의를 본격화했고 사법부가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 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 공정성 논란을 없애고자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 어떤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건을 배당받고 15일을 첫 공판기일로 정했다. 이에 이 후보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공판을 선거일 이후로 미뤄달라며 기일변경 신청서를 냈다. 이 후보 측은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116조와 ‘대선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 체포·구속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1조를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선거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 선택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공판 기일 변경 사안을 알리며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언급한 건 이 후보 측 주장이 일정 부분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상고심과 파기환송심 재판은 ‘속전속결’ 그 자체였다. 대법원은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이 90일임에도, 최초 소부 배당 후 대법원장 직권 전원합의체 회부, 회부 당일인 4월 22일과 이틀 뒤 24일 합의를 거쳐 9일 만인 5월 1일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도 모자라 파기환송 선고 하루 만에 사건 기록을 서울고법으로 보내고 곧바로 형사 7부에 배당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도 곧장 15일을 첫 기일로 잡았다. 소송기록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 발송 절차도 이례적으로 빨랐다. 법원이 이 후보를 대선 전 재상고심 판결까지 끝내 ‘사법 살인’을 도모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기 충분했다.
민주당은 이에 서울고법을 향해 15일로 예정된 이 후보 파기환송심을 비롯해 모든 출마 후보들 공판 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했다. 결정 시한은 대선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전인 11일까지로 못 박았다. 응하지 않고 사법부가 대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은 물론, 청문회·국정조사·특별검사(특검) 도입·내란 특별재판소 설치 등 모든 대응 수단을 쓰겠다고도 경고했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하면 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 결과를 헌법 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각종 ‘사법 개혁’ 법안도 발의했거나 준비 중인 사실도 밝혔다.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관들을 비판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전국법관회의 소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원은 이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법원 안팎의 압박에 떠밀린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고법 판단은 이 후보가 받는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후보 변호인들은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과 ‘검사 사칭 위증교사’ 2심 재판부에도 공판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13일과 17일 예정돼있던 대장동 관련 재판은 내달 24일로 기일이 연기됐다.
대선 완주에 걸림돌은 사라졌지만 만약 당선 이후 재판 계속 여부는 불분명하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서 ‘소추’ 정의가 문제가 된다. 소추를 ‘새로운 형사 기소’만 적용하면 이미 기소된 재판은 진행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리하면 내달 18일 파기환송심에도 출석해야 한다. 반면 ‘기소된 형사 재판 진행’도 소추로 보고 불소추특권 적용 대상이라고 보면 기존 재판도 중단된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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