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부역자 단죄 관건
윤·김 부부 범죄 의혹 수두룩
'명태균 특검법' 재의결 앞둬
조기 대선 국면 개헌 논의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일각에서 분열을 극복할 '국민 화합'을 주장한다. 그러나 1987년 민주헌정 확립 이래 '전대미문'의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의 죄'를 범하고, '친위쿠데타'를 꾀했다. 윤 씨와 그 부역자들을 철저히 단죄하지 않으면 국민을 4개월간 불안에 떨게 한 내란의 잔불을 남겨두는 것과 같다. 특히 윤 씨와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이 상당하다. 임기 중 불소추 특권을 누리던 윤 씨와 남편 지위를 방패 삼은 김 씨 범죄를 철저히 파헤쳐 '지연된 정의'를 회복하는 게 탄핵 인용 이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치밀한 쿠데타… 내란 수사 이제 시작 = 헌법재판소는 4일 선고에서 국민, 시민을 강조했다. 특히 계엄 실패는 윤 씨 주장대로 '경고성 계엄'이어서가 아니라 시민이 나섰기 때문임을 분명히 밝혔다.
윤 씨와 지지자들은 계엄 선포 목적이 실제 쿠데타였다면 이렇게 허술했겠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군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 서울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수도방위사령관, 최정예 병사를 보유한 특전사령관, 기획을 할 수 있는 방첩사령관, 실행팀에 특수공작부대(HID)를 거느린 정보사령관이 모두 가담했다. 윤 씨는 군 외 국가정보원과 경찰에도 직접 전화해 명령을 내렸다.
국정원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서울 동작 갑) 국회의원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역사상 가장 기획이 잘 된 쿠데타"라면서 "다만 사상 처음으로 쿠데타군이 시민과 맞닥뜨렸다. 우리 사회가 늦게나마 1980년 광주 학살을 부른 비상계엄 확대·선포 가담자들을 내란죄로 처벌했기에 쿠데타군이 언젠가는 같은 처지에 놓이리라 생각해 시민을 총으로 제압하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내란을 배후에서 기획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비상계엄이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준비됐고, 그 목적이 반대 세력을 수거해 제거한 뒤 '장기 집권'에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의도 30∼50명', '언론 쪽 100∼200(명)', '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어용 판사' 등 500여 명을 1차 대상으로 한 '수거 계획'도 담겼다.
의혹만 무성한 외환 유치 혐의 실체도 밝혀야 한다. 노 씨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고 적혀 있었다. 계엄 선포 구실을 만들려 북한 도발을 유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한 정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민주 공화정을 짓밟고 군경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민 생명을 위협한 관련자를 '처절하게 단죄'하는 게 중요하다. 김 의원은 "과거 역사에서 잘못한 게 5.18 내란범들을 사면해 준 것"이라면서 "그때 사면이 이번 쿠데타의 재발을 불렀다고 볼 수 있기에 주모자들을 더 철저하게 수사하고, 반드시 감옥에서 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1월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이 재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윤·김 부부 범죄들 낱낱이 드러내야 =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문 표절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명품 가방 수수 △대통령실 이전 감사 논란 △채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인천세관 마약 수사 무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삼부토건 주가 조작 △명태균 게이트 △인사 개입 등 윤 씨와 부인 김 씨를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은 수없이 많다. 명태균 게이트에는 각급 선거 공천 개입, 대선 불법 여론조사 등도 포함돼 있다.
검사 출신 윤 씨 친정인 검찰은 이들 의혹을 '황제 조사'와 '불기소 방탄'으로 덮었다. 이에 국회가 '김건희·채 해병·명태균 특검법'을 예닐곱 차례 통과시켰지만 윤 씨와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권 행사에 이은 국민의힘의 '재의결 방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김 씨 의혹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특검법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제 윤 씨 부부는 불소추 특권을 상실했고, 조기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윤 씨와 선 긋기가 필요하다. 당장 국회 재의결을 앞둔 '명태균 특검법' 관련 국민의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홍준표·오세훈 등 당 유력 대권 주자들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부결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윤 씨 파면 이후 당을 향한 심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권 주자 사이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
◇개헌 논의 = 윤 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이전 계엄-탄핵 정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윤 씨로 하여금 반헌법적·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한 원인이라며 '개헌론'에 군불을 때웠다.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 '계엄 선포 권한만 없애는 개헌', '내각제 개헌', '지방분권 개헌' 등 그 당위와 목적, 방향도 다양하다.
개헌 논의는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현 상황에서 바로 힘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각 당 유력 대권 주자, 대선 후보가 '개헌 추진'을 공동 공약으로 삼고 당선 후 일정 기간 내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확약하는 식으로 갈 가능성은 있다. 20대 대선에서 각 당 후보가 함께 '연금 개혁'을 약속하고, 지난달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법을 통과시킨 게 예다.
이런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지난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 대부분이 개헌을 공약했지만, 구체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며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가장 이견이 컸다"고 진단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야당 반발 속 정부 개헌안을 단독 발의했다. 이 안은 당시 여소야대 구도를 극복 못 하고 투표 불성립(야당이 전면 불참해 의결정족수 미달)으로 통과가 불발됐다. 이때 여야 모두 "국회와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헌정체제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친위쿠데타'를 겪은 역사적·시대적 상황은 대선 직후 개헌 논의를 더 힘있게 추동하게 할 자양분이 됐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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