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가구 814명, 옥천관 등 8곳 대피
바람 타고 남쪽 북천면 방향으로 산불 번져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 꺼지지 않으면서 강한 바람을 타고 하동군 옥종면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애초 산청과 가까운 옥종면 북쪽 주민만 일부 대피했지만 남쪽 마을 주민들까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다. 24일 오후 6시 기준 하동군 옥종면 10개 마을 468가구 814명이 집을 떠났다. 대피소는 옥천관(다목적센터)을 비롯해 옥종초·중·고교 등 8곳에 마련됐다. 253명은 대피소로 가지 않고,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안계마을 70대 주민은 "산불이 우리 마을까지 위협할 정도로 번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무서울 정도"라며 "제발 우리 집이 불에 타지 않고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사흘째 대피소에 머무는 70대 주민은 "여기서 하루나 길어도 이틀이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헬기 소리를 들으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옥종면사무소에서 10㎞ 정도 떨어진 북천면 주민들도 긴장하고 있다. 북천면 사평마을에 사는 60대 주민은 "점점 남쪽으로 오는 산불 소식을 듣고 마음이 불안하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은 웃음을 잊었고 멍하니 산만 바라보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시작한 산청군 산불은 강한 서풍을 타고 비화 현상(불이 붙은 작은 나뭇가지나 솔방울이 강풍을 타고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현상)이 발생한 탓에 22일 오후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로 번졌다.
이날 두양·두방·종화마을 주민 119명이 대피했는데 상황이 악화하자 하동군은 지난 23일 오후 3시 고암·위태·갈성마을 주민들을 옥종초교로 대피 조치했다. 이어 오후 5시 32분 궁항·안계·가종·숲촌 마을 주민들도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바람 영향뿐만 아니라 헬기 등 진화작업이 산청군 시천면에 집중돼 하동 쪽 산불 진화는 더디다. 23일 오후 4시를 넘어서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두양마을회관에 차렸던 산불진화지휘본부가 화선에 포위될 위험에 처했었다. 헬기 투입이 지연되면서 정개산 일원까지 화선이 발생했다. 이에 군은 추가로 7개 마을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하승철 군수는 "국가지원지방도 59호선 정상 하동 위태-산청 시천 경계지역을 사수하려고 헬기 도움도 없이 분투하던 진화대가 역부족으로 결국 방화선을 끊고 후퇴했다"며 "신속한 헬기 투입을 경남도와 산림청에 강하게 요청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옥종면 산불영향구역은 603㏊, 회선 길이는 약 13㎞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국가유산인 두방재 관리동이 소실되고, 경남도 기념물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비닐하우스형 창고 1동도 전소했다.
행정안전부는 산청군에 이어 산불로 큰 피해가 난 하동군과 울산 울주군과 경북 의성군 등 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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