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임명 보류
81일간 9차례 거부권 행사 '위헌' 운운
국민에게는 헌재 결정에 존중 당부?
야권 '탄핵 추진'에 반대 명분도 없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위헌적 통치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최 대행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상임위원 3인 이상 출석’을 전체 회의 개회 요건으로 개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송통신위법 개정안)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지 81일 만에 9번째 거부권 행사다.

◇위헌적 요소 걱정한다면서… = 최 대행은 앞서 △1·2차 내란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명태균 특검법 △방송법 △초중등교육법 △방통위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상태라 10번째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있다.

최 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반복한 명분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이다.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불명확해 헌법이 정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명태균 특검법), “헌법이 부여한 행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방통위원 임명 간주 규정’ 등 위헌성이 있는 조항을 추가로 담아 처리했다”(방송통신위법 개정안) 등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이처럼 선출직도 아닌 권한대행이 ‘위헌’을 앞세워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마구잡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식 최 대행 처신 탓이다.

최 대행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마은혁 헌법재판소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최 대행은 20일이 넘도록 아무 이유없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한국 사법체계 최상위 기관인 헌재 결정을 행정부가 거부하는 것은 위헌적이며 심각한 위법 행위이다.

헌법재판소법 66조 2항은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한 때,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고 돼 있다. 67조 1항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명시했다. 어떤 재량도 인정되지 않고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최 대행은 반드시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탄핵 자초하는 최 대행 = 최 대행은 또 18일 국무회의에서 “헌재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탄핵 찬반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해 돌발 사고와 물리적 충돌 등에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 주실 것을 국민께 다시 한 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은 헌재의 ‘어떠한 결정’을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향해 존중·수용을 당부한 셈이다. ‘유체이탈’, ‘헌법 모독’ 같은 비난이 이어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걸어다니는 위헌, 살아 있는 위헌이 할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최 대행이 ‘명태균 특검법’, ‘방송통신위법 개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며 ‘권력 분립’을 언급했다. 비판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 대행은 스스로 탄핵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 대행을 향해 “지금 이 순간부터 최 대행은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에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최 대행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重)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직무유기 현행범”이라며 “지금 이 순간도 직무유기죄 현행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즉시 체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법에 위헌이 확인되면 즉시 그 취지에 따라 처분하도록 의무로 돼 있는데 지금까지도 안 하고 있다. 헌법 위에 최 대행이 있나”라며 “국민과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할 최상위 공직자가 헌재 판결까지 났는데도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20일 열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헌재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 지정을 촉구하면서 최 대행을 향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해 헌재 결정을 이행할 생각이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덜 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 대행이 결국 이성을 잃었다. 살아있는 위헌 판례집인 최 대행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달라’며 헛소리를 늘어놓는다”면서 “헌재 결정에 3주째 불복 중인 위헌 현행범 최상목 부총리는 국민 눈에서 티끌을 찾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빼야 한다”고 다그쳤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결정한 지 오늘로 20일째다.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이라며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결단을 내려라”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실제 최 대행 탄핵안 발의·표결 절차를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당 내부에서는 탄핵안을 발의만 하고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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