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노조 회계 공시 압박
형평성 논란·노조 통제 우려 계속
"과도한 요구...노조 자치 영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속됐지만 ‘윤석열식 노사 법치주의’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노조 회계 공시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고용노동부는 2022년 12월 ‘노동 개혁’을 내세우며 노동조합 회계 공시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이후 노동조합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2023년 10월 노동조합 회계 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회계 공시 의무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과 산하조직에 부여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연말정산 세액공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노조 회계 공시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는데, 전국금속노조는 이를 ‘반노조 행정’이라 비판했다. 그 근거로는 △회계 공시 의무를 노조에만 부여한 점 △자체 감사 제도가 존재하는 점 △노조 통제·탄압 우려 등을 꼽았다.
실제로 노조보다 훨씬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경제단체는 회계 공시 대상이 아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3년 3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17~2021년 5년간 노동조합이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연평균 46억 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가 받은 보조금은 1226억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노조를 가리켜 “국민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한다”며 노조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수천억 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보조금까지 모두 합한 금액이다. 애초에 정부 지원금 수천억 원이라는 비판부터가 과장된 셈이다.
또한 노조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진행한 사업에 대한 집행 내역은 이미 기획재정부 ‘e나라도움’에 공개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살펴보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추가 서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환수 조치도 가능하다.
아울러 노조 조합비에 대해서는 이미 자체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조합원에게 상세하게 공개한다. 조합원 요구가 있을 때는 회계 감사 내용을 열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합비 예산과 결산 사항은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을 거친다.
정영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규정책기획국장은 “민주노조와 어용노조를 구분하는 기준은 재정 자주성을 확보하고 있느냐”라며 “정부가 말하는 회계 공시는 이 자주성을 침해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회계 내용을 꼬투리 잡아 언제든지 노조 탄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회계공시 요구가 노조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김상호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는 “종교단체에 회계 공시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노동조합에도 조직 내 자치 영역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며 “객관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노조에 회계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정부가 노조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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