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면 급등·급락을 오가는 주식 종목들이 있다. ‘정치 테마주’라 불리는 이들 종목은 특정 후보와 조금이라도 연관돼 있으면 테마주가 되기 십상이다. 주식시장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종목도 유력 정치인 테마주로 엮이면 최고 인기 종목이 된다. 그러다 해당 정치인이 중도 포기하거나, 당선 가능성이 사라지면 주가는 급락한다. 탄핵 정국을 맞아 정치 테마주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 실적보다 단순히 그 정치인과 연관성이 얼마나 짙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금융시장에서 ‘정치 테마주’의 시초격이라 칭하는 2007년 17대 대선을 보면 이해가 쉽다. 이명박 당시 후보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를 두고 투자자들은 건설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에 몰렸다. 그렇게 급등한 주식 종목은 대표적으로 ‘이화공영’인데, 주가가 무려 30배가량 뛰었다. 당시 이화공영은 2007년 한 해 실적이 특출나지도 않았다. 단지 ‘대운하 테마주’에 묶이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폭등한 셈이다. 공약과 관련된 테마주는 양반 격에 속한다. 정치 테마주는 갈수록 기괴한 연관성을 띠고 있다. 특정 대선 후보의 고향 이름이 들어간 기업, 특정 후보가 재직했던 기업, 특정 후보와 같은 대학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 등 인맥 테마주가 날뛰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정치 테마주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17대 대선부터 18~20대 대선까지 정치 테마주의 양상을 보면 진화 과정이 보인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 효과가 컸다. 당시 안 후보가 대표이사로 몸담았던 ‘안랩’은 3만 원대에서 15만 원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안랩 출신으로 알려진 핵심 임원이 몸담았던 ‘써니전자’ 주가도 동전 단위에서 지폐 단위로 수십 배 올랐다. 그러나 대선 막바지 안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랩, 써니전자 주가는 급락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정치 테마주는 장사를 시작했다. 공약 연관성보다는 인맥 연관성 테마주가 대거 등장했다. 경남 출신 대선 후보인 문재인, 홍준표 후보 관련주로 떠오른 주식 종목과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문 후보 관련주였던 ‘비엠티’는 양산에 본사가 있다. 문 후보의 자택 또한 양산에 있어 관련주로 떠올랐고, 문 후보와 기업 간 특별한 관계는 없음에도 ‘양산’이라는 접점에 테마주로 묶였다.
이는 홍 후보 관련주인 ‘경남스틸’ 또한 마찬가지다.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홍 후보의 경남 연고를 강조하고자 사명에 ‘경남’이 들어간 경남스틸이 관련주로 묶인 것이다. 실제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과 홍준표 후보는 큰 접점이 없었다.
2022년 20대 대선에 들어서도 정책 수혜 테마주보다 인맥 테마주가 이어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무상교복 정책과 연관해 ‘형지엘리트’가 테마주로 분류됐다. 더불어 이 후보가 어린 시절 일했던 오리엔트시계의 계열사인 ‘오리엔트정공’도 테마주로 묶였다. 이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는 기업 ‘동신건설’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윤석열 후보도 인맥 테마주를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윤 후보의 집안인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 인물이 대표로 있는 ‘웅진’, ‘NE능률’도 테마주에 올랐다. 후보와 전혀 무관한 기업임에도 후보와 같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깨끗한나라’, 후보와 같은 법대 동문이 사외이사였던 ‘금강철강’ 등도 거론됐다.
제조·수출산업이 주력인 경남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경남지역 조선, 방산, 원전 분야 상장사들은 ‘트럼프 테마주’ 수혜를 보기도 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정부 주도로 세일즈가 이뤄지는 방산, 원전 등의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경남에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협력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현재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을 강조한 바 있으며, 원전 세일즈를 주도했다. 윤 대통령 탄핵이 확정돼 조기 대선이 성사된다면 원전 기업들은 에너지 정책 기조를 이어가느냐, 전환하느냐에 따라 대비책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
경남 한 원전 협력사 연구소장은 “실제로 국내 에너지 정책이 원전에서 친환경, 다시 원전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겪어봤기에 조기 대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 후보마다 에너지 공약이 다르기에 마냥 원전산업에만 올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기열 전 DB금융투자 자산운용사는 “정치 테마주는 실제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인이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급등·급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투자자들은 이처럼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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