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지역구 행사로 시작되는 행보, 12.3 내란 사태로 당겨져
특별위원회·의장단 견제·맞춤형 의안으로 '각자도생' 움직임
국민의힘 '우왕좌왕' 분위기에 민주당 의원들 '어부지리' 효과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의회 후반기에 의원 각자 ‘자기 정치’ 행보가 두드러진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올해 봄부터 지역 행사마다 얼굴을 비치는 식으로 사실상 ‘시동’을 건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12대 경남도의회는 집권 여당 이점을 누리지 못할 공산이 커지자 일찍 ‘각자도생’에 나선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의힘 도의원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세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지난해부터 각자 행보 조짐을 보였는데, 12.3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다급해진 모양새다.

가장 돋보이는 움직임은 ‘특별위원회’다. 조영제(국민의힘·함안1)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소멸 대응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은 지난 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소멸 문제를 심층 분석해 대안을 모색하는 특위는 현장 실태조사부터 도민 의견 청취 등을 한다. 지역구 현장을 돌며 민심을 끌어들일 더 없는 기회다.

‘웅동1지구 개발사업 정상화 특별위원회’도 이날 위원 선임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개발공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등 여러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7일 경남도의회 420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통과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사법부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촉구 건의안' 수정안 표결 결과. /경남도의회
7일 경남도의회 420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통과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사법부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촉구 건의안' 수정안 표결 결과. /경남도의회

다만 장기간 표류 중인 현안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명분을 강조하기가 충분하다. 김순택(창원15) 위원장과 박동철(창원14) 부위원장은 지역구 진해 민심에 다가가기 딱 알맞다. 지방선거에 쓸 명함에 ‘특위’ 경력을 추가해도 나름 성과다. 이에 특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는 경쟁도 만만찮았다.

우기수(국민의힘·창녕2) 도의원이 제안한 ‘경남·부산 행정통합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본회의에서 통과하고도 위원 선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본회의가 열릴 15일이 선임 시한이다. 보통 특위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위원을 선임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늦다.

국정과 연동한 현안이라 12.3 내란 사태 이후 추진력을 잃은 것도 한 원인이지만, 실상은 위원장 등 자리를 두고 ‘감투 다툼’이 빚어진 탓이라는 말도 나온다. ‘자기정치’ 경쟁에 따른 잡음이 나는 셈이다.

경쟁적인 형국은 의장단을 향한 평의원 견제로도 드러난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도의회 확대의장단은 법이나 조례에 근거를 두지 않은 기구다. 당연히 예산 집행 근거도 없다.

장병국(국민의힘·밀양1) 도의원은 지난 7일 의회운영위원회에서 “확대의장단 기능을 강화하면 평의원 기능이 약화한다”며 “정보 독점에 사업도 못하는 기구면서 활동 언론홍보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대의장단에 사무처가 몰입할 것이 아니고, 확대의장단도 본연의 일로 최소화하고 평의원을 지원하면서 의정활동을 보장하고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민생 간담회부터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 등 긴급현안 대응까지 도의회 외연 확대 과정에 확대의장단이 중심이 되는 데 거부 반응이다. 의회 안팎으로 확대의장단 과시가 다분하다는 지적은 이따금 있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나온 이유는 후반기 날 선 각자도생 행보가 시작됐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경쟁 대신 관심사와 지역구 맞춤형 의안으로 돋보이려는 이도 있다. 윤준영(국민의힘·거제3) 도의원은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 촉진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 일자리 사업 지원 내용과 대상을 구체화한 접근으로 선언적인 수준이지만 30대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나름 상징성을 확보했다.

이용식(국민의힘·양산1)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로당 활성화 조례 개정안’도 소규모 취약시설 안전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노년층 유권자를 공략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 입지는 연초부터 급반등했다. 64석 중 4석으로 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해 그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었지만, 12.3 내란 사태로 우왕좌왕하는 국민의힘 반대급부로 도드라진다.

‘사법부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촉구 건의안’이 7일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의원 일동’ 문구 하나로 국민의힘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특정 정당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논리를 내세운 민주당은 반대 토론만으로 쉽게 기세를 올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정쟁 의안으로, 어수선한 탄핵 정국 와중에 지역 현안이 아닌 의안으로 안팎 눈총까지 받은 국민의힘은 실익도 없이 민주당 의원 이름값만 치켜세워준 꼴이 됐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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