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각' 박근혜 '파면' 정당화할 중대성 관건
"탄핵 시 공백 위험보다 위반 중대한지 여부 판단"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헌법재판소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를 요구한 대통령 발언이 선거법 ‘공무원 중립의무’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민간인 최순실 이익을 목적으로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두 대통령 모두 법 위반은 인정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헌법재판소는 앞선 대통령 탄핵 사건 심판에서 국정 공백, 정치적 혼란 등 여파를 감내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고심했다.

법을 어긴 것이 인정되더라도 파면할 정도로 국민 신임을 배반했느냐가 관건으로, 노 전 대통령은 탄핵할 정도로 잘못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은 용납 못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12.3 내란 사태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받게 된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국헌문란 내란 범죄 행위가 인정된다면 결국 ‘중대성’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까지 헌법재판소의 서류 송달을 연일 거부하고 대리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아 지난 14일 시작한 탄핵심판이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앞선 대통령 탄핵 사건과 대비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했지만, 이번처럼 송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까지 헌법재판소의 서류 송달을 연일 거부하고 대리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아 지난 14일 시작한 탄핵심판이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앞선 대통령 탄핵 사건과 대비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했지만, 이번처럼 송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 ‘중대성’을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판단할까. 헌법학자인 이장희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20일 “중대성은 결국 비례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시 60일 내 선거를 치르기까지 공백 위험이 있지만,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한다면 파면 또한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핵심은 대의민주주의 아래 국민과 신임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선출해 국정을 맡겼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 헌법을 수호하면서 국민 이익을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리란 믿음, 그 전제를 중대한 법 위반으로 깨트렸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 위반 중대성에서 핵심은 ‘국민을 배신한 정도’를 따져 묻는 것으로,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전부터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물론 법조계 전망과 별개로 실제 재판 과정에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여부, 내란죄 성립 여부도 필수 쟁점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비상계엄이 합헌적이었느냐 여부가 하나의 기본 쟁점이 될 것이고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회 무력화 시도, 군인 동원 등 행위가 내란에 해당하는지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사 재판이 아니라서 자세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내란 혐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 심판 때도 당시 드러난 사실만으로 파면이 결정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사법심사 대상이 아닌 통치행위로 주장하는 까닭에 이 점도 재판 과정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통치행위도 헌법과 법률 테두리 내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한을 넘은 남용은 중대한 쟁점일지라도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긴급재정명령 위헌 심판 때 ‘통치행위’를 포함한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 기본권적 가치 실현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심판 대상이 된다고 결정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일 누리소통망에서 “당연히 대통령 국법상 행위는 헌법과 법률 제약을 받고 사법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쟁점인 헌법재판관 6인 체제와 관련해 이 교수는 “6인 찬성으로 탄핵 인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장일치 사안이라도 중요 사건은 9명 체제에서 심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변동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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