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 11개월 만에 압수수색 이뤄져
검사 없는 수사과서 9개월 동안 사건 방치
뒷북 수사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명 씨, 각종 의혹에 관련성 거듭 부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받는 명태균 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창원지방검찰청 제4형사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 씨를 지난 8일과 9일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명 씨는 이틀 동안 20시간가량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 5일에 이어 검찰 소환 조사는 세 번째다.
명 씨측은 검찰에서 추가 조사는 없다고 들었다고 10일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진술하고, 소명한 자료들을 증거로 정리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공소시효 기간을 놓치는 바람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다투지도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검찰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회계 담당자 강혜경 씨를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 씨 등 5명을 수사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명 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올해 9월 말에서야 명 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명 씨의 휴대전화는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했다가, 언론보도가 계속되자 지난달에야 선거와 공안 사건 등을 담당하는 형사4부로 옮겨 수사하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는지 살펴볼 수 있었으나 지난달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공소시효 7년)로만 명 씨 등을 수사하고 있다.
명 씨는 지난 8일 취재진 질문에 의혹을 부인했다. 명 씨는 “돈의 흐름을 보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된다. 나는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며 “(김 전 의원에게) 9000여만 원을 빌려주고,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명 씨는 김 전 의원에게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세비 중 일부를 수십 차례에 걸쳐 총 9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명 씨에게 준 세비는 공천 대가성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명 씨를 비롯한 김 전 의원과 회계 담당자 강 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강 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본질은 국정농단과 선거 부정”이라며 “지난 대선 때 여론조작을 통한 선거 부정이 있었는지 등이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는 불법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대통령 부부와 가까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가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81차례 진행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3억 7000여만 원이 썼고, 이 가운데 2억 6000여만 원을 2022년 6.1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대신 받으라고 지시한 의혹도 있다.
검찰 조사에서 경북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시의원, 경남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가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 6000여만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공천 대가로 명 씨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명 씨는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김 전 의원에게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받아주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명 씨가 김 여사에게 청와대 이전을 조언했다고 과시하는 모습도 담겼다.
명 씨는 이를 반박하듯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아니냐. 거기에 대해 조사받아야지 왜 허위 보도, 가짜뉴스를 갖고 조사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있고, 수십 명이 봤다고 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증거가 있느냐”라며 “대통령 부부와 대화 나눈 것이 그렇게 중요하느냐”고 말했다.
취재진이 명 씨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구하자 “청와대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아 의견을 말했을 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추천할 수 있다”, “(창원 제2국가산단) 제안한 것은 맞지만, 제안했던 대로 됐느냐. 정책 의견을 내는 게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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