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와 연결된 정치권 인사 계속 등장
중앙 의존적 경남 정치 퇴행이 파문 불러
경남 정치권이 토박이말로 전국에 '우사칠갑'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연루 주무대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정치권을 흔드는 의혹 중 핵심 줄기는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정치 컨설턴트 명태균 씨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동 칠불사에서는 이준석·천하람 의원 등이 속한 개혁신당도 얽힌다. 김범준 22대 총선 개혁신당 거제 선거구 후보도 연루됐다고 알려졌다. 이번 파문에서 명 씨가 이른바 경남을 무대로 '맞춤형 여론조사'로 유력 정치인은 물론 그 주변과 친분을 쌓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뚜렷하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김영선 전 의원은 물론 박완수 경남도지사, 윤한홍(국민의힘·창원 마산회원) 국회의원, 강기윤 전 국회의원, 김성태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이 명 씨가 세운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좋은날(리서치)과 관계를 맺었다. 이들이 명 씨에게 쓴 돈은 5000만 원이 넘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도 안 된 업체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주고 조사를 맡긴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김영선·김성태 전 의원처럼 서울·수도권에서 정치 활동을 하거나 정부 관료를 지낸 이들과 명 씨 관계다. 출생지만 경남이지 오랫동안 지역을 떠나 있던 이들이 '고향 봉사'를 명분으로 지역에 출마하려 할 때 명 씨 같은 존재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인지도 낮은 이들에게 '맞춤형 여론조사'는 주목도를 단번에 높일 '달콤한 유혹'이다. 명 씨가 이들을 매개로 '사업 모델'을 착안한 것은 경남 정치 관행에 기인한 면이 있다.
먼저 경남은 중앙 정치 '퇴물 처리장' 노릇을 했다. 홍준표 전 도지사, 안상수 전 창원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 거의 잊힌 김영선 전 의원이 거창 출신을 내세워 2018년 경남도지사, 2020·2022년 창원 진해·창원 의창 국회의원(보선) 선거에 나선 것도 전례를 살핀 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보기'보다 상대적으로 정치력·인지도가 낮은 김 전 의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할 사업 모델을 지닌 명 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이 같은 관계성이 이준석의 2021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2022년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김 여사 공천 개입 파문은 '주체적 존립 기반과 의식이 허약하고, 중앙 의존적인 경남 정치의 퇴행'이 배경인 셈이다.
경남 정치 허약성은 지방자치 퇴행과도 연결된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모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도 명 씨가 있던 회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남표 창원시장 '후보자 매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산고 졸업 후 지역을 떠난 홍 시장이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에서 수위에 오른 것을 현재 벌어지는 사태와 연결짓기도 한다.
이번 공천 개입 파문의 또 다른 무대인 칠불사도 주목할 만하다. '아(亞)자방'으로 유명한 이곳은 정치인들이 자주 다녀가는 곳이다. 올해 3월 초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이준석·천하람은 새벽에 삽질하며 꽃나무를 심는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 절의 인사가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도내에서는 윤한홍 의원, 하동 출신 조명래 창원시 제2부시장, 이 모 전 경남도의원 등이 칠불사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가까운 한 인사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 절의 인사가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이름난 윤 의원을 매개로 정치 진출을 도모한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권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잘 아는 이 인사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칠불사와 얽힌 인물을 중심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한 가지 사례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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