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낙동강 전 구간 조사
이르면 9월말쯤 결과 발표할 듯

“심각하네, 이거.”

폭염이 이어진 19일 낮 12시 30분,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국립환경과학원 매리수질측정센터(김해시 상동면 매리)와 2㎞ 떨어진 매리1교 다리 밑 낙동강 변을 찾아 탄식을 터뜨렸다. 그가 찾은 장소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양산 물금읍과 맞닿은 곳이자, 낙동강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곳이다.

박 회장은 녹색 페인트를 뿌린 듯 ‘녹조투성이’가 돼버린 강변에 정박해 있던 선박 위에 오르더니 오른손에 든 온도기를 물속에 집어넣었다. 물 온도는 33.1도. 이어 땀을 바닥에 뚝뚝 떨구면서 투명 플라스틱 바가지로 녹조 물을 떴다. 시료는 500㎖ 유리병에 담았다.

그는 “정부는 녹조가 이렇게 창궐해도 괜찮다,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정부가 발표한 녹조 제거선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성 물질은 생식 기능과 뇌 질환, 간 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는 현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19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 매리수질측정센터(김해 상동면 매리)과 2km 떨어진 매리1교 다리 밑 낙동강변에서 뜬 녹조물을 유리병에 담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19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 매리수질측정센터(김해 상동면 매리)과 2km 떨어진 매리1교 다리 밑 낙동강변에서 뜬 녹조물을 유리병에 담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19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 매리수질측정센터(김해 상동면 매리)과 2km 떨어진 매리1교 다리 밑 낙동강변에서 녹조물이 든 병을 보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19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 매리수질측정센터(김해 상동면 매리)과 2km 떨어진 매리1교 다리 밑 낙동강변에서 녹조물이 든 병을 보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 회장이 이끄는 대한하천학회를 비롯해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은 올해도 공동 조사단을 꾸려 낙동강 전 구간 녹조 발생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4대강 사업 여파로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진행 중인 조사다. 단체들은 오는 21일까지 낙동강 하구~영주댐 약 200㎞ 구간에서 낙동강 에어로졸과 원수, 퇴적토를 채취해 녹조 독소 농도를 분석한다. 여기에는 환경 전문가, 환경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박 회장이 조사단장을 맡았다.

이들은 이날 매리 지점을 시작으로 창원 의창구 주남저수지·본포수변공원에 이어 함안 칠서면 칠서취수장, 합천 덕곡면 학동저수지를 차례로 찾아 시료를 채취했다.

20일에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달성보 선착장~화원유원지~강정보 관리사무소 앞 강변에서, 21일에는 영주댐 금강마을·평은마을에서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9월 중순쯤 발표된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김해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열린 환경단체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김해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열린 환경단체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단체들은 본격적인 녹조 조사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낙동강에서 녹조 띠가 목격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 지난 11일에는 강 전체에 녹조가 창궐했다”며 “이미 영주댐은 지난달 말부터 조류대발생 수준인 남조류 세포 수가 100만 셀을 훌쩍 넘은 190만 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또 낙동강 원수 녹조로 농산물과 수산물, 수돗물에 더해 공기에서까지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는 데다, 청산가리보다 6600배 높은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전 구간을 뒤덮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 대응이 수준 이하라고 직격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김해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녹조물을 강에 붓고 있다. /최석환 기자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김해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녹조물을 강에 붓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 회장은 회견에서 “우리는 낙동강 물뿐만 아니라 수돗물, 농산물, 물고기, 공기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녹조 독성이 떠다닌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환경부는 녹조 경보제도 개선, 녹조센터 구성 등 나름대로 대응하긴 했지만, 녹조 문제를 희석하는 연구와 자료 생산에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조 독성 물질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 그리고 반환경적 정책 내용을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 정부 각성을 촉구하고자 한다”며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국회의 무관심을 일깨우는데도 저희 연구가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 대책 중 하나인 녹조 제거선은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이라며 “강물을 흐르게 해 녹조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으로 먹는 음식물, 농산물 사이에 상관관계를 확인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추후 단체 조사 결과를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녹조 문제 개선 정책에 조사 결과 반영 여부를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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