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엿보기] 정점식에 투영된 경남 정치력

박대출·정점식 정책위 의장, 강민국 대변인
고위 당직에 오르고도 1년도 채 안 돼 낙마
'계파' 기대기만한 탓에 정치적 변화에 취약
'지역 불리해도 도전' 민주당 인사들과 '대조'

경남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임명직 고위 당직을 맡고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거나 사퇴를 종용받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커다란 정치적 파고에 휩쓸린 탓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도내 여당 국회의원들의 정치력이 허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3선 정점식(통영·고성) 정책위원회 의장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라지만 사실상 정 의장에게 용퇴를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 의장이 ‘친 윤석열계’라는 게 그 배경이다. 한동훈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섰고 그가 ‘수평적 당정 관계’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친윤’인 정 의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견해다. 그래야 현재 최고위원회 참여자 9명 중 ‘친한동훈계’가 5명으로 수적 우위에 서서 당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오른쪽)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오른쪽)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까지 침묵을 지키던 정 의장은 오후 늦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계에서는 대통령실 지시로 버텼다, 윤-한 관계가 봉합되지 않았다는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 의장은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협의를 한 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동의를 받아 임명됐다. 당헌·당규상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임명 당시에는 22대 총선 참패 이후 정국을 수습하는데 그가 맡아 온 당내 정치 이력도 고려됐다. 그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았었다.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로 넘어온 다양한 법안들을 보는 자리다.

21대보다 더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 내 정부 정책 방향과 실무진 의중을 충분히 고려할 역량이 있었다. 그는 이준석 전 당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이 물러난 이후 2022년 정진석 비상대책위가 들어섰을 때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이 혼란에 빠져 어려움을 겪을 때 소방수로 나서 당정을 이어주는 자신의 쓸모를 다했다.

더구나 ‘친윤’으로 분류되지만 같은 검사 출신으로 한동훈 당 대표와 인연이 없지도 않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정 의원(20기)이 윤 대통령(23기), 한 대표(27기)보다 선배다. 당내에서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 의장이다. 남들이 구분하는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윤·정·한 모두 한 식구로도 볼 수도 있음에도 마치 ‘축출’하듯 사퇴를 종용한 당 지도부 태도에 정 의원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만도 하다.

 

박대출(왼쪽) 의원과 강민국 의원.
박대출(왼쪽) 의원과 강민국 의원.

경남 국회의원의 임명직 당직자 중도 사퇴는 김기현 전 대표 때도 있었다. 당시 박대출 정책위 의장과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3월 임명 이후 7개월 만이었다. 당의 수장으로서 책임이 가장 컸던 김기현 대표 거취는 그대로였다. 구청장 선거였던 점,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막장 공천 등이 원인이라 책임이 크지 않았던 박·강 의원으로서는 억울할 법한 일이었다.

이런 일들은 ‘허약한 경남 정치력’ 문제로 이어진다. 도내 국민의힘 의원 중 3선 이상임에도 당원과 국민 뇌리에 국가 미래를 맡길 만한 정치적·정치적 역량을 갖춘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가 없다. 윤한홍·정점식·박대출·강민국 의원은 ‘친윤’이라는 계파적 이미지에 매몰돼 있고, 4선 김태호·윤영석 의원은 선거와 지역구 관리에 ‘귀재’라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확실한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도전에도 소극적이다. 7월 전당대회에 임기가 보장되는 선출직 당직자에 도전한 도내 인사는 원내·원외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도 그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이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이재명 의원과 일전을 치르고, 4선 민홍철 의원이 당 지역 기반인 수도권·호남 출신이 아님에도 국회 부의장 당내 경선에서 나서 고군분투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구 챙기기와 선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평판이 나올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는 모양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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