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욱 해병대 예비역 연대 조직국장
지역에서 진실규명 활동 연대 등 앞장
"진실규명 가로막는 정권 규탄해야"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채 해병 사망 사건’으로 해병대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도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실체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추락하는 해병대를 붙잡은 이들은 다름 아닌 해병대 예비역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해병대예비역연대’를 조직해 해병대원 순직 사건 진상규명과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주 무대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 등이 열리는 수도권이지만 경남에도 뜻을 함께하는 예비역들이 있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전태욱(39·해병 1015기) 해병대 예비역연대 조직국장을 지난 12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해 한 아파트 1층 공부방에서 전 국장을 만났다. 이곳은 전 국장의 집이자 직장이다. 8년째 공부방을 운영해온 그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그가 채 해병 이야기가 나오자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전태욱 해병대 예비역연대 조직국장이 지난 12일 김해 한 아파트 공부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신 기자
전태욱 해병대 예비역연대 조직국장이 지난 12일 김해 한 아파트 공부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신 기자

“사고가 예천에서 일어났다고 들었을 때 아뿔싸 싶었습니다. 제 고향이 경북 문경입니다. 예천 바로 옆이지요. 그쪽은 낙동강 상류 쪽이라 비가 오고 나면 물이 순식간에 불어납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조심하라고 늘 말했던 곳입니다. 거기에 사람을 들여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이번에도 군대가 애먼 사람 한 명 죽였구나 싶었습니다.”

채 해병 사고 관련 뉴스를 꾸준히 찾아보던 그의 눈에 '해병대예비역연대'라는 단체가 들어왔다. 채 해병 사건 조사를 두고 경찰에 이첩 보류, 기록 회수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던 때였다.

“예비역연대 단톡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 들어갔습니다. 얼마 있다가 저한테 같이 집행부 활동할 생각 없느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저는 뒤에서 지원만 해야겠다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예비역연대 안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들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인 사람들입니다.”

집행부로 합류한 전 국장은 여러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야하는 일임에도 주저함이 없다.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도 공부방을 운영하고 영업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비난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이번 일로 삶이 통째로 짓밟힌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생각하면 제가 감수하는 위험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닌 건 아니라 말해야지요.”

전태욱 해병대 예비역연대 조직국장이 지난 12일 김해 한 아파트 공부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신 기자
전태욱 해병대 예비역연대 조직국장이 지난 12일 김해 한 아파트 공부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신 기자

모두가 예비역연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 그리고 연예인 김흥국 씨를 비롯한 해병대전우회 등은 이들 활동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참 답답합니다. 21세기에 좌파 해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거 자체가 구시대적 안보관에 찌들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채 해병 문제에 도대체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습니까. 사실 이 사건을 정치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결국 가장 정치적인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전 국장은 진상규명을 반대하는 쪽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혐오하게 하는 세력은 모든 문제를 정쟁화해버립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네 편 내 편만 가르는데 무슨 문제 해결이 될까요. 결국 이런 문제일수록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목소리를 모으고 연대를 꾸려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지요.”

전 국장은 해병대예비역연대가 정권 규탄 구심점이자 기폭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예비역연대가 처음 결성될 때 이 문제가 이렇게 오래갈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조사해서 책임자 처벌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권을 두 번이나 행사하며 일을 키웠습니다. 이제 채 해병 사망 진실규명 촉구와 정권 규탄이 같은 말이 됐습니다. 진돗개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한 번 물면 안 놓지요.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사람들은 버티면 나가떨어질 거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채 해병 1주기를 며칠 앞두고 있다. 그는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남에도 분명히 저희 뜻에 공감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이 있을 겁니다.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망설였다면 이제라도 용기 내서 힘을 보태주면 좋겠습니다. 국가와 비호 세력을 상대하려면 연대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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