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서 화재
사망자만 23명 발생 대규모 인명피해
앞서 경남에서도 유사한 화재 발생해
"전용 소화기 비치 등 안전 확보 시급"

경기도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진 가운데 리튬 화재 위험성이 과소 평가돼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잘 꺼지지 않고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리튬 특성을 고려한 안전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화재가 발생한 화성 공장은 리튬을 사용한 일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으로, 불이 시작된 공장 3동에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000여 개가 보관돼 있었다. 배터리 셀 하나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공장을 집어삼켰다.

희생자들은 짧은 시간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폭발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거센 불길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튬 화재 진압에 필요한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를 준비하고도 불길 확산 차단에 주력해야 했다.

리튬을 비롯한 가연성 금속 화재는 산업단지가 밀집한 경남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5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금속 화재는 17건이었다. 물이 닿으면 발열이나 폭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배터리를 취급하는 업체는 45곳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9월 창원시 성산구 세아창원특수강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창원소방본부
지난해 9월 창원시 성산구 세아창원특수강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창원소방본부

지난해 9월 창원시 성산구 세아창원특수강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는 리튬 화재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리튬에 불이 붙으며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을 완전히 끌 때까지 6시간이 걸렸다.

2019년 7월에는 밀양 한 금속제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불이 나흘 만에 꺼지기도 했다. 물이 닿으면 가연성 가스와 열이 발생하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특성 탓에 자연진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리튬을 비롯한 금속 화재는 1000도 이상 불길이 폭발하듯 발생하고 유독가스까지 발생해 화재 진압이 어렵다. 인명피해 위험도 큰 만큼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 소방당국도 관련 업체 점검과 교육을 매년 이어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리튬 등 배터리를 취급하는 업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방문 교육이나 점검 등 관련 대책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며 “다만 마른 모래·특수 소화기 구비 등 대부분 권고 사항에 그쳐 충분한 대비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속 화재는 초기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로 빠르게 진압하지 않으면 전소할 때까지 불을 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초기 진압이 중요한 셈인데 이 같은 환경을 갖춘 사업장은 현실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가 나와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이를 구매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며 “일상에서 볼 수는 소화기가 1만~2만 원 수준이라면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는 수십만 원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관련 기술 발전 속도에 견줘 관계 법령 제정과 안전 대책 마련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류 교수는 “이번에도 리튬 배터리를 다른 곳에 보관했거나 그 수를 제한했으면 배터리는 다 탔을지언정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리튬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인재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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