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수당 받는 반면 5곳 못 받아
지급 범위·지급액 지역별로 '편차'
도내 민주유공자 수 늘고 있지만
경남도, 법적 지원 근거 안 갖춰
혜택 못 받는 사각지대 해소하고
국회 법 제정으로 예우 강화해야

[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 기획] 경남에도 5.18이 있었다

늘 위태로웠던 민주주의는 유공자로 인정받을 만큼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민들이 지켜내곤 했다. 하지만 민주화에 헌신하고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유공자들이 상당수다. 경남지역 5.18 관련자들 역시 그런 유공자에 해당한다. 일부는 도내 안팎에서 전두환 신군부 규탄 시위에 나서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이런 이들이 지역에 있는 줄 모르는 지자체도 있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 5.18 민주유공자 49명 = 국가보훈부가 가장 최근 집계한 <광역-기초자치단체별 보훈대상자 현황 안내>(2024년 4월 말 기준) 자료를 보면, 경남지역 보훈대상자 5만 7319명 중 5.18 민주유공자로 등록된 사람은 당사자 37명, 유족 12명 등 49명이다. 이 가운데 부상자는 31명, 희생자는 16명이다. 나머지는 사망자·행방불명자 2명으로 분류돼 있다.

도내 5.18 유공자들은 고성·사천·의령을 뺀 15개 시군에 있다. 김해(10명)·창원(13명) 거주자가 가장 많았고, 거창(4명)·양산(4명)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나머지 시군에 각 1~3명씩 거주한다.

15개 시군 중 김해·거제·거창·남해·밀양·진주·창녕·함안·함양·합천 등 10개 지역에 사는 유공자들은 지자체별 ‘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보훈명예수당을 받는다. 반면 산청·양산·창원·통영·하동 등 나머지 5개 지역에 거주하는 유공자들은 수당을 받지 못한다. 같은 유공자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지원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지원되더라도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 진주시는 유공자 본인이나 유족에게 10만 원을 지원한다. 거제시와 함안군도 본인 또는 유족 중 1명에게만 10만 원을 지급한다. 거창군과 함양군은 본인 혹은 유족에게 7만 원, 남해군은 당사자에게만 7만 원을 책정했다. 양산시와 밀양시, 창녕군은 본인 또는 유족 중 1명에게 5만 원을 지원한다. 김해시는 당사자에게 5만 원을 준다.

박재호(더불어민주당·부산 남구을) 국회의원이 확보한 ‘지자체 보훈수당 지원현황’을 보면 보훈명예수당 지급 기준이 있는 지자체는 11곳이다. 고성군·사천시·산청군·창원시·통영시·하동군·합천군 등 7개 지자체는 수당 지급 기준이 없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 5.18 유공자 수 늘어날 듯 = 5.18 민주유공자는 광주에서 시위한 사람들만 해당하지 않는다.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 전후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다 부상·사망하거나 그밖에 희생 사실을 인정받은 사람 중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 피해 보상을 받으면 유공자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5.18유공자법)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이 근거다.

광주시는 앞서 지난해 12월까지 사망이나 행방불명, 상이, 구금 등 피해자나 유족을 대상으로 8차 보상신청을 받았는데 기존 유공자를 뺀 1979명이 이번에 새로 신청서를 냈다. 이중 경남에 주소를 둔 사람은 40명이다. 1~7차 전체 보상비율 평균이 62.9%(신청자 9227명 중 5807명 보상)인 점을 고려하면 경남지역 유공자도 더 늘어날 수 있다. 8차 보상신청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접수 순서대로 나온다.

5.18 관련 법 제정을 계기로 피해 보상신청이 이어지면서 유공자 수는 갈수록 늘었으나, 경남도는 도내 5.18 유공자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5.18 관련자 지원 업무도 따로 배정돼 있지 않았으며 보훈명예수당으로 책정한 예산도 없다. 애초에 지원 근거가 될 조례도 없다.

민주화 운동 참여자 지원도 한 부서에서 맡지 않는다. 4.19 관련 지원은 보훈 담당 부서인 복지정책과에서,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6월 항쟁 등 다른 민주화 운동 관련 지원은 행정과에서 담당한다. 두 부서 모두 5.18 관련자는 업무 범위에 두고 있지 않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도 조직 담당 부서는 4.19 지원 업무만 따로 떼어낸 이유로 4.19 단체가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돼 있다는 점과 노인 인구가 많아 업무 효율상 복지 부서에 맡겼다고 밝혔다.

김영선 도 행정과장은 “행정과에서 민주화 운동 지원 업무를 보고 있긴 하지만, 5.18은 국가보훈부가 챙기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별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보훈부에서 따로 유공자 명단을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분장 받은 기능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한다”면서 “민주화 관련 업무가 나뉜 부분은 내가 답변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국가 의료지원 혜택 못 받는 ‘훈방자’ = 정부는 5.18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의료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사망·행방불명자·선순위 유족을 비롯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받은 당사자 등이 대상이다. 보건복지부는 대상자들이 1~3차 병원에서 입원하면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거나 본인 부담금 10% 뺀 나머지 비용을 지원한다. 외래 진료 시 당사자는 적게는 1000~2000원, 많게는 의료비의 15%만 부담하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시위 과정에서 붙잡혀 갖은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도 훈방된 관련자 700여 명은 대상에서 빠졌다. 예산 문제와 다른 유공자 단체 등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 이유다. 이에 5.18 관련자들은 계엄군이나 경찰에게 붙잡혀 갖은 구타와 고문을 겪고 풀려난 유공자들이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다고 해서 차별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끝에 훈방된 김진덕(67·김해시 삼계동) 씨는 “1980년 경북대 역사교육과 재학시절 두레 사건(광주 실상을 대구지역에 알렸다가 처벌받은 사건)에 연루돼 열흘 정도 대공분실에 잡혀있었다”면서 “다행히 고문 없이 풀려나 신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그 뒤로 트라우마가 생겨 지금도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방된 사람 중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이들을 위해서라도 의료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1980년 봄 마산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령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경남대

의료지원만큼이나 법을 제정해 민주화에 힘을 보탠 민주유공자들을 더 예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 운동 때 사망·행방불명되거나, 다친 이들을 선별해 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과도한 유공자 특혜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다.

김종세 부울경 5.18 민주유공자회 회장(전 5.18기념재단 이사)은 “이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민주화에 힘썼는데도 지원이 부족해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한열·박종철 열사 등도 유공자가 될 수 있다”며 “거의 20년 이상 관련 단체들이 법 제정을 추진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는 꼭 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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