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참석, 기자회견 열고 정치권 나서라 촉구
조국 대표 "일해공원 납득 안 된다" 당 대책 마련 발언
운동본부·5.18 기념재단 공동 국회 청원 운동 등 추진
"제발 가라!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세요!"
전두환 고향 합천 주민들이 5월 광주를 다시 찾았다. 전두환을 대신해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지 3년 만이다. 이들은 올해 5.18 기념행사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을 새롭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광주를 찾았다. 합천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로 간 운동본부 회원 39명은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했다. 이들은 '합천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행사장 곳곳에서 전 씨가 미화된 합천 실정을 알렸다.
이들은 학살 현장 금남로에서 진행된 민주평화대행진에도 참여했다. 광주 시민을 직접 만나 홍보물을 돌리며,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와 전 씨 흔적 지우기 운동 지지를 호소했다.
광주 시민은 합천 주민을 환대했다. 5.18 어머니회 한 회원은 운동본부를 찾아 "2007년 일해공원 이름 문제를 지적하고자 마련된 영화 <화려한 휴가> 합천 상영회 때 합천을 찾았었다. 아직도 일해공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안타깝다. 조금 더 힘을 내 학살자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이름을 없애달라"고 당부했다. 5.18 당시 군부에 의해 부상을 입었던 이도 운동본부에 들렀다. 그는 행사에 참여한 운동본부 회원들의 모습을 직접 사진에 담아 전달하며 "광주를 찾아 주셔서 고맙다. 일해공원을 비롯해 학살자 흔적을 걷어내는 일을 꼭 이뤄달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18일 열린 정부 주관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전두환 고향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광주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일해공원은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지명표준화 편람 지명 제정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정치권이 나서 일해공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전두환이 싸질러 놓은 오물 같은 일해공원을 걷어치워야 한다. 5월 정신이 꽃 피기를 소망하는 국민에게 호소드린다. 공원 명칭 변경에 힘을 모아달라.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5.18 민주묘지에서는 '일해공원 명칭은 납득이 안 된다'는 정치권 발언도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일해공원은 합천군이 여러 가지 절차를 무시하고 만든 것 같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란 것이 확인됐고, 전두환 씨는 내란의 수괴임이 법적으로 확인됐다. 합천에 그대로 일해란 이름을 유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념식에) 합천에서 많은 분이 오셨고, 많은 말씀을 해주셔서 잘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일해공원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 차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천 출신 차규근(비례)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자도 말을 보탰다. 차 당선자는 "원래 생명의 숲인 것을 (당시) 합천 군수가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일해공원으로 변경했다. 국민의힘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찬성 입장이라면 학살 책임자 전두환 호를 딴 합천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도 동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그 진정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5.18기념재단과 공동으로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을 추진한다. 이창선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일해공원 문제 인식을 같이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며 "앞으로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에 5.18 유가족을 비롯해 5.18 단체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일해공원 명칭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 청원도 이어간다. 조만간 합천과 광주에서 청원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함께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국회 차원 해법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전두환 고향 합천에는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이 17년 동안 미화 논란을 빚으며 유지되고 있다. 일해공원은 1999년 새천년을 맞아 경남도가 '밀레니엄 기념 공모사업'으로 추진해 조성됐다. 2004년 준공 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불렸으나, 전두환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2007년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해공원을 알리는 표지석에는 전두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으며, 표지석 뒷면에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밖에도 합천에는 전두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생가를 비롯해 합천군청 앞마당 향나무 아래에는 기념식수 표지석이, 임진왜란 의병들의 위패가 모셔진 창의사에는 친필 현판이 남아 있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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