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연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거 해제하겠다고 선언하고 다니는 통에 법령을 들여다보다 조금 놀라게 됐다.
특정 지대를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거나, 원칙적으로 해제가 불가능한 환경등급 1·2급지도 조건부로 풀어주는 일, 지방자치단체장 해제 재량을 넓혀주는 일 등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들은 모두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국토교통부 훈령으로 바꿀 수 있는 내용이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는 9번이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반면, 정부 재량으로 가능한 일들은 견제받지 않고 밀어붙이는 셈이다.
이미 1년 전 윤곽이 나온 내용을 총선 전 '민생토론회'에서 다시 풀어내는 목적을 새삼스레 묻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담은 정책인지는 묻고 싶다.
가령 지난해 4월 광역도시계획 수립 지침 개정 내용을 보면, '산업입지법상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과 '물류시설개발·운영법에 따라 장관이 지정한 물류단지 조성 사업' 두 가지를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에서 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개정 이전부터 '국가·안보 혹은 수출·고용 등 국민경제적 효과가 큰 사업으로 국토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업'은 원래 해제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즉, 이번 개정은 행정부에 사업성을 설득하는 과정 하나를 생략한 셈이다.
방위산업 육성 목적으로 조성된 창원 덕산산업단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못 받고 지연되고 있는 점, 방위·원전 산업의 지속성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증 절차가 줄어드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창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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