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콘텐츠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시간이 훌쩍 넘는 긴 영상이 쇼트폼(1분 이내 짧은 영상)에 필적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핑계고> 시리즈와 '채널 십오야'가 있다.
<핑계고>는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MC가 친구들을 불러내 (그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떠들어 제끼는' 일종의 토크쇼다. 화려한 스튜디오 대신 아파트 단지 내 벤치, 동네 카페, 가정집 방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영상 길이는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도 훌쩍 넘는다. 조회수 100만 회는 기본, 단일 영상으로 누적 1000만 조회수를 넘긴 영상도 두 편이나 된다.
'채널 십오야'는 나영석 PD가 이끈다. 나 PD는 KBS <1박 2일>, tvN <삼시세끼> 등을 연출한 스타 PD다. 나 PD는 자신이 진행자가 되어 일종의 '연예인 초대석' 형식의 영상을 주로 만들고 있다. 정제된 형식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려해 보이던 연예인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핑계고>와 '채널 십오야' 두 곳 모두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유튜브 감성을 흡수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핑계고> 제작진은 tvN에서 예능을 제작했던 PD들이다. 이들은 레거시 미디어 강점인 '섭외력'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유튜브만의 '날것' 감성 또한 '의도적으로' 잘 버무린 것이다. 채널 십오야 또한 나 PD 소속 외주 제작사와 CJ ENM이 공동 운영하는 채널이다.
롱폼 콘텐츠가 1년 새 주류 세계로 나왔지만, 그 이전부터 물밑에는 공고한 소비층이 있었다. 대장격 유튜브 채널은 단연 '침착맨'이다. 웹툰작가 출신 이말년이 채널 주인장이다. 인터넷방송 편집본을 주로 올리는데, 피식 웃게 되는 입담이 매력적이다. 구독자는 238만 명에 이른다.
나영석 PD가 바로 침착맨에게 한 수 배웠다. 나 PD는 2023년 5월 침착맨의 인터넷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제작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한다. 침착맨은 '집중하지 않고 봐도 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나 PD는 그 설루션대로 콘텐츠를 전면 개편해 소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신문 또한 대표적인 레거시 미디어이다.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지 최소 10년은 넘었지만, 변화는 더딘 것 같다. 당장 신문사 뉴미디어부 소속인 나부터 '신문사라면 자고로 이래야지' 하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어떻게 하면 변화 흐름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올라탈 수 있을까? 신문 매체가 가진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또 어떤 트렌드와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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