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웅천도요지전시관
조선 전기 분청사기 제작했던 가마터
경상남도 기념물 제160호
창원은 사실 아기자기하게 재밌는 곳이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순수 예술대학이 있는 곳인 만큼 문화 예술 감각을 지닌 젊은이들이 계속 배출된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 저마다 문화를 일구는 이들이 많다. 도시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이런 이들이 계속 창원에 머물며 저마다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핵심은 이들 사이의 연결이다.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와 창원 문화지도를 그려 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문화생활에서 단순히 구경꾼이나 관객이 아닌 직접 참여해 자기 실현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 작은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이 끊임없이 열리는 이유다. 창원 문화지도는 창원 곳곳에 흩어진 다양한 공간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소규모 공동체를 찾아 이들 사이에 연결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연결된 공간과 공동체들이 바로 도시의 문화 자산이 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생활 주변에서 다양한 공간, 다양한 방식,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와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창원은 재밌다. 아직 우리가 제대로 발견하고 연결해 내지 못했을 뿐이다. 문화지도 역시 새로운 발견과 연결을 통해 계속 확대되고 오밀조밀해져야 한다.
한 도시의 전통과 문화 수준을 보여주기에 박물관과 미술관만한 곳이 없다.
창원에는 공공과 민간을 모두 포함해 박물관이 8곳,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17곳이나 있다. 구체적으로 미술관과 갤러리는 경남을 대표하는 경남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조각가 문신의 작업공간이던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등과 민간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마산현대미술관, 대산미술관, 삼진미술관, 상상갤러리, 동인갤러리, IPA갤러리, 금강미술관 정광갤러리 등이 있다. 박물관은 창원시립마산미술관과 창원역사민속관, 창원시립진해박물관 등 공공 박물관, 창원대·경남대박물관을 비롯해 김 씨 박물관 같은 개인 박물관까지 다양하다.
이 중 미술관이자 박물관 노릇도 하는 웅천도요지전시관을 지난 6일 찾았다. 전시관은 보배산 단풍으로 둘러싸여 운치가 좋았다. 오는 길에 근처 해림사에 들러 잠시 노을을 바라봤는데, 붉은 노을과 도자를 구웠던 가마 유적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웅천도요지전시관을 설명하기 위해선 웅천도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도요지'는 '가마터'란 뜻이다. 웅천도요지는 조선 전기 분청사기를 주로 만들던 가마터다. 웅천은 진해의 옛 이름이다.
웅천도요지는 보배산 기슭에 있다. 도자기를 구울 때 필요한 재료인 흙, 물, 나무, 바람을 얻기 쉬웠을 테다. 조선시대 당시 가마터 아래로는 평야와 마을이 발달했고, 근처에 바다도 있었다. 바다엔 조선 전기에 개항한 삼포 중 하나인 제포가 있었다. 덕분에 왜인들과 활발히 교역했다. 좋은 자연조건이 있고, 외부 지역과도 교류하기 쉬웠던 곳에 있었던 셈이다.
차 문화가 흥성한 일본에서도 웅천에서 만든 찻사발을 귀하게 여겼다. 심지어 임진왜란 때는 이곳 도공 125명을 일본으로 납치해가기도 했다. 이들이 일본 도자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건 당연하다. 임진왜란 후 도공들이 사라지면서 도요지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근현대 들어 도굴로 가마 유적이 많이 훼손됐고, 1997년부터는 경상남도기념물 제16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02년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가마 6기가 있었던 흔적이 확인됐다. 가마 1·2호와 3·4호, 5·6호가 각각 서로 포개어져 있는 구조다. 그렇지만 훼손이 심해 더이상 명확히 알 수는 없었다. 4호만이 바닥 상태가 괜찮아 가마 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재 4호는 보호각을 씌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 중이다. 2008년 7월 웅천도요지 복원 사업을 시작해 3년 만에 완료됐다. 그렇게 해서 2011년 11월 23일 웅천도요지전시관이 개관했다.
전시관을 방문하면 웅천 도자와 가마터 출토품 발굴 가마터를 관람할 수 있다. 건물 외벽에 끼여있던 도자 그릇 모양 조형물은 내부에서 보니 영상실이었다. 영상실에선 웅천 찻사발 제작 과정을 옛 방식으로 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체험 공방도 있다. 체험 공방은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 시설로 지어졌다. 실내 실연장·실내 건조장·실내 작업장·전통 가마가 있다. 이 중 전통 가마는 실제 웅천도요지에서 나온 가마 1기를 재현한 것이다. 발굴 조사 결과, 웅천도요지 가마 구조는 빚은 그릇을 놓는 번조실이 하나였다. 방이 하나만 있는 통가마(단실요)인 것이다. 단실요는 한꺼번에 자기를 여러 개 굽기에 좋다. 그렇지만 가마 입구에서 끝까지 온도차가 심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쓰기엔 불편하다. 그래서 재현할 때엔 외형은 통가마 형태로 하되, 내부는 번조실을 몇 개로 나눈 분실요 형식으로 만들었다. 이런 체험공방에선 1시간 이내에 끝나는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올해 체험 프로그램은 끝이 났고, 내년 봄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관람은 무료. 문의 5070-1406-6852.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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