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영수증 봤더니 (상) 기밀 수사? 이상한 지출 항목
창원지검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검증 결과
오남용 사례 다수...식당·카페서 결제 확인
기밀 수사에 쓴다던 특활비로 '식비' 지출
소고기·해장국·피자·커피 등에 부정 사용
대법원이 검찰 특활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전국 대부분 검찰청은 영수증을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 용처를 알 수 없도록 가린 영수증을 내놓았습니다. 창원지검을 비롯해 밀양·통영·거창지청은 특수활동비 영수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자료는 특별합니다. 마산지청 자료에서도 일부 지출 내용을 알 수 있는 영수증이 나왔으나 진주지청과 비교하면 훨씬 적습니다. 진주지청만큼 특수활동비 쓰임새를 오롯이 알 수 있는 영수증 제출 사례는 전국적으로 드뭅니다. ‘귀한’ 특수활동비 영수증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합니다.
가리지 않은 영수증에 담긴 정보는 다양하다. 상호, 주소, 전화번호, 대표자 이름, 사업자등록번호, 거래일시, 결제 금액, 결제 수단, 소비자 거래 명세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정보를 가리더라도 드러난 몇 가지 항목을 온라인에 검색하면 교차 검증이 가능하다. 영수증을 바탕으로 특수활동비 용처를 확인한 결과 ‘기밀 수사에 제한적으로 쓴다’는 특수활동비는 상당 부분 식비로 나갔다. 파악 가능한 범위에서 확인된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서 지출됐다.
음식점에서 지출한 특수활동비
진주지청은 2018년 9월 21일 진주 평거동 아시아 음식 전문점 ‘카오 진주평거점’에서 5만 5500원을 썼다. 태국 음식 ‘푸팟퐁커리’와 베트남식 ‘쌀국수’ 등을 파는 곳이다. 영수증을 보면 구체적인 주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매장 주소와 거래일, 지출 금액, 결제 수단만 알 수 있다.
12월 14일에는 진주 평거동 일본 가정식 전문점 ‘도쿄맘마’에서 5만 8500원을 결제했다. 지출 명세에 표기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한 결과 이곳은 9일 기준 폐업 매장으로 확인된다. 이 음식점이 있던 자리에서는 현재 카페가 영업 중이다.
진주지청은 같은 달 20일 진주 신안동 진주교대 주변에 있는 ‘야미하우스’에서 3만 6000원을 지출했다. 돈가스와 토스트를 포함해 커피 등 음료를 파는 음식점이다.
또 2019년 3월 29일에는 진주 신안동 ‘자연임실치즈피자 신안점’에서 1만 8400원을 냈다. 이어 그해 4월 22일 진주 하대동 ‘장수돼지국밥’에서 4만 1000원, 5월 14일 진주 칠암동 ‘사천냉면’에서 3만 2000원을 각각 계산했다.
10월 25일에는 수제햄버그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을 판매하는 양식집 ‘런던키친’에서 8만 3000원을 결제했다. 매장 위치는 진주 가좌동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주변이다.
진주 신안동 오리고기 전문점 ‘낙안정’(폐업)에서는 2020년 9월 11일 4만 원을 썼다. 정확한 지출 내용은 알 수 없다. 낙안정이 폐업한 자리에서는 칼국숫집이 영업하고 있다.
한정식집 결제 명세도 있다. 같은 해 11월 11일 진주 신안동 ‘더 하우스 갑을(갑을가든)’에서 4만 4000원을 지출했다. 12월 9일에는 진주 신안동 ‘촉석루 한정식’에서 9만 원을 결제했다.
주문 내용까지 확인되는 영수증
드물지만 주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도 있다. 진주지청은 2021년 3월 2일 ‘피자헛’에서 특수활동비로 음식값을 지출했다. 예산 자료를 보면 ‘아보카도 쉬림프(L)’를 주문했다고 적혀있다. 부가세를 뺀 공급가액은 4만 5300원이다.
4월 12일에는 진주 초전동 ‘이바돔감자탕 초전점’(폐업)에서 4만 원을 결제했다. 주문 내용을 보면 ‘뼈해장국 5그릇’이라고 적혀있다. ‘포장’ 주문이라는 문구도 있다.
4월 14일 진주 초전동 ‘초전복집’에서는 ‘복 낙지탕’을 먹었다. 한 그릇에 1만 8000원인 탕을 네 그릇 주문했다.
결제일과 금액, 지출 내용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부 영수증에서는 ‘돌솥 매콤낙지, 신짬뽕죽, 아메리카노’ 같은 메뉴도 확인된다.
2021년 4월 이후 예산 자료에서는 주문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이 없다.
진주지청은 4월 21일 진주 평거동 중식당 ‘사해방’에서 2만 6000원, 5월 11일 진주 평거동 소고기 전문점 ‘합천삼가한우라예 평거점’에서 9만 2000원을 각각 결제했다.
또 5월 18일 진주 신안동 ‘촉석루 한정식’에서 8만 원, 같은 날 진주 신안동 ‘더 하우스 갑을’에서 8만 4000원을 쓰기도 했다. 5월 20일에는 진주 가좌동 일식당 ‘고메’에서 9만 2000원을 계산했다. 5월 24일 진주 초전동 일식집 ‘마이스시’에서 2만 5000원, 같은 날 진주 신안동 이탈리아 음식점 ‘빠삐아띠’에서 7만 5000원을 냈다.
진주지청 반경 1㎞ 안 카페들
검찰은 2018년 2월 8일 진주 평거동 ‘스타벅스 진주평거점’에서 특수활동비 1만 8900원을 썼다. 이곳은 진주지청과 1㎞ 정도 떨어진 매장이다. 영수증을 보면 지출 금액과 주문번호,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대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까맣게 지워진 부분이 많아 정확한 주문 내용은 파악되지 않는다.
2018년 10월 17일 진주 신안동 ‘더웨이닝커피 진주법원점’에서도 특수활동비 2만 1200원을 결제했다. 이 매장은 진주지청과 100m 떨어져 있다. 영수증에는 거래일시와 금액, 매장 주소 등이 남아있다.
두 매장 결제 건은 2021년까지 확인된다. 자료를 보면 2018년 9월 6일 ‘스타벅스 진주평거점’에서 2만 900원, 2020년 2월 26일과 2021년 4월 20일 ‘더웨이닝커피 진주법원점’에서 각각 1만 2000원, 1만 9500원을 계산했다.
2021년 2월 9일 진주 신안동 ‘스타벅스 진주신안점’에서 2만 7100원을 썼다. 이곳은 진주지청과 670m 떨어진 곳이다. 같은 달 17·24일에도 8200원, 1만 2800원을 결제한 영수증이 있다.
식별 가능한 특수활동비 영수증은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서 발행됐다. 수사에 긴급하게 썼다고 보기에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다. 검찰이 빠트렸거나 내용을 식별할 수 없게 조치한 영수증을 향한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식당·카페 일색인 확인 가능한 영수증만 봐서는 특활비 취지에 맞게 지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편에서는 반복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커진 영수증 내용을 공개한다. 이 역시 특수활동비 목적에 맞게 썼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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