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검사들의 돈 잔치, 특수활동비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특수활동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목적에 맞지 않게 쓰였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특수활동비 오남용 의혹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만 그치지 않는다. <뉴스타파>를 비롯해 5개 매체(경남도민일보·뉴스민·뉴스하다·부산MBC·충청리뷰)가 참여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전국 67개 지방검찰청 장부를 넘겨받아 분석했다. 오남용 문제는 비슷한 유형으로 전국에서 드러났다.

특수활동비 증빙 서류는 △지출내역기록부 △집행내용확인서 △영수증으로 구성돼 있다.  지출내역기록부에는 일시, 지급액, 지급 대상자(개인·부서명), 사유 등을 적어야 한다. 검찰은 일시와 지급액만 남기고 나머지 항목은 먹칠을 하거나 가렸다.

창원지방검찰청 2020년 3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  
창원지방검찰청 2020년 3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집행내용확인서. 영수증은 첨부하지 않았다.

집행내용확인서는 지출내역기록부 항목과 짝을 이루게 돼 있다. 현금 수령일과 금액, 집행 내용 확인자를 쓴다. 검찰은 집행내용과 확인자를 가려서 제출했다. 집행내용확인서는 지출내역기록부에서 지급했다는 특수활동비를 '받아서 썼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거다. 남은 것은 목적대로 정확한 액수를 지출했는지 확인하는 영수증이다. 그런데 검찰은 특수활동비 관련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 경남에서는 마산지청과 진주지청만 특수활동비 자료 일부에 영수증을 첨부했다. 검찰이 제출한 특수활동비 장부로는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예산 관리를 담당하는 검찰 총무부 직원들도 특수활동비 관련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들은 "수사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거나 "우리도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썼는지 알지 못한다", "인사이동으로 이전 자료 보관 문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창원지방검찰청과 5개 지청(마산·통영·밀양·거창·진주지청)에서도 오남용 문제가 발견됐다. 2017년 상반기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도대체 검찰은 특수활동비는 어떻게 집행한 것일까. 

이들은 특수활동비를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월급처럼 특정 인물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내어주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특수활동비 집행 목적을 숨기고 있으나 실제로는 엉뚱한 일에 돈을 쓴 정황도 보인다.

 

현금으로 받아 '펑펑' 썼다

기획재정부는 업무추진비나 기타 운영비, 특정업무경비 등 다른 항목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쓰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진주지청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집행 영수증을 보면 식당과 카페 사용 기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기획재정부는 국고금 관리법을 기준으로 특수활동비의 현금 사용 자제도 권장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으로 쓰였다. 검찰은 2017년 5월~2019년 9월 특수활동비로 292억 794만 2900원을 썼다. 막대한 규모로 예산을 집행하지만 지출 방법은 대부분 현금이다.

창원지검과 5개 지청도 마찬가지다. 마산지청과 진주지청은 일부 영수증이 남아있었으나, 잉크가 휘발되면서 알아보기 어려웠다. 거창지청은 2017년 10월~2023년 4월 66개월 동안 297회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이 가운데 영수증을 남긴 지출은 단 3건(1%)이다.

2017년 9월~2023년 4월 68개월 동안 창원지방검찰청과 밀양지청, 통영지청은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에서 영수증을 찾을 수 없다. '현금으로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는 문구만 남겨 집행 내역을 알 수 없었다.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지방검찰청과 5개 지청(마산·통영·밀양·거창·진주지청)에서 받은 특수활동비 증명 서류.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지방검찰청과 5개 지청(마산·통영·밀양·거창·진주지청)에서 받은 특수활동비 증명 서류.
2018년 4월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위)와 영수증. 특수활동비 증빙서류에 영수증이 붙어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월급·포상금으로 쓰인 특수활동비

심지어 월급처럼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액이 빠져나가는 특수활동비도 확인됐다. 수사 용도로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았다면 자기 급여만 늘린 셈이다. 마산지청은 2017년 9월~2018년 9월 1년간 매달 특정일에 76만 원 1건, 20만 원 2건이 빠져나갔다. 마산지청은 지청장 1명과 부장검사 2명이 있는 구조다. 이들이 급여처럼 특수활동비를 매달 받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 있는 지출 구조다.

2018년 10월부터는 한 명이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아간다. 수령자는 2018년 12월까지 매달 76만 원, 2019년 1월~2020년 2월 매달 66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갔다. 2020년에는 62만~65만 원이 매달 한 명에게 지급됐다.

밀양지청은 최근 3년 동안 매달 특수활동비 4건을 정기적으로 지출했다. 밀양지청 조직은 지청장 한 명과 검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마산지청과 비슷한 사례로 역시 특수활동비가 급여처럼 지급된 게 아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지출이다.

특수활동비를 포상금이나 격려금으로 사용한 정황도 보인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2017년 12월 11일 엄용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기소날에만 16차례에 걸쳐 특수활동비로 2144만 원을 지출했다. 2017년 12월에만 3000만 원이 넘는 액수가 쓰였다.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가장 많은 액수의 특수활동비를 썼다. 

진주지청은 2017년 11월 15일 한국국제대 이사장을 구속했다. 김범기 제52대 진주지청장은 14~16일 9차례에 걸쳐 특수활동비를 썼다. 이달에만 특수활동비로 1342만 원이 지급됐다. 

진주지청은 2018년 12월 4일 송도근 사천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달 특수활동비로 지출액은 1614만 원이다. 2017년 6월~2023년 4월 지출 가운데 월 단위로 가장 많은 액수였다. 그럴듯한 실적을 남기고 하루이틀새 특수활동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패턴은 검찰 예산 검증에서 상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라진 특수활동비 자료

2017년 4월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와 검찰국 과장에게 돈 봉투를 건넸던 사건에서도 특수활동비가 쓰였다. 검찰 간부가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써왔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시기와 맞물려 하필 2017년 상반기 특수활동비 자료가 대부분 사라졌다. 

창원지검과 5개 지청은 모두 2017년 상반기 특수활동비 자료가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수활동비 무단 폐기 지적에 내놓은 해명은 이렇다.

"2017년 9월까지 두 달에 한 번씩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확인한 전국 67개 검찰청 가운데 14곳은 2017년 상반기 자료가 남아있었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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