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 817명 순증
수도권정비게획법이 정한 원칙 '무력화'
결원 총 1040명 중 731명 수도권 싹쓸이
시민단체 "비수도권으로 인재 유출 뻔해"
현 지방대 첨단학과 경쟁률 사실상 '미달'
비수도권 총장협의회도 "있어선 안 될 일"

정부가 내년도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학과 정원 확대 방침을 확정하자 ‘지역소멸 대응 역행’, ‘비수도권 인재 유출’ 등을 우려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내년도 일반대학 첨단·보건의료분야 정원을 확정하면서 수도권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817명 늘렸다. 조건 없는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 순증은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11만 7145명을 넘을 수 없다. 과거 구조조정으로 감축하고 남은 7975명 또한 대학 정원 수도권 집중, 지방대학 소멸 문제 심각성을 고려해 이를 활용한 증원도 막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원 배정 결과는 이 원칙을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도 첨단분야 인재를 확대하고자 2021~2023학년도 수도권 대학 정원 일부를 증원했으나 당시 감축하고 남은 편입학 정원을 활용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스토리움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대학 총장 및 지자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스토리움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대학 총장 및 지자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아울러 이번에 기존 대학 입학정원에서 남는 정원인 결원(결손 인원·편입학 정원 감축분) 총 1040명을 대학 33곳과 첨단학과 73개에 배분했는데, 수도권 대학이 70.3%(731명)를 가져갔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원은 298명이나 늘었다. 서울대는 이 가운데 218명을 쓸어갔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3일 성명에서 교육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정원을 조건 없이 늘림에 따라 비수도권 학생 수도권 유출은 불 보듯 뻔하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비수도권 지방대학 소멸도 앞당겨질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2023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반도체 관련 학과 수시 모집 경쟁률은 서울권(10곳)은 18.1대 1, 지방권(14곳)은 5대 1을 보였다. 정시 모집도 서울권(9곳)은 5.74대 1을 기록한 반면 지방권(11곳)은 3.64대 1에 그쳤다. 정시는 가·나·다 군별로 지원 기회가 3번 있어 경쟁률 3대 1은 사실상 미달에 속한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대학 관련 노조·단체 들이 지난 1일 윤석열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와 첨단산업 수도권 독식 지원 정책을 규탄하고 국회가 정례회 기간 이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대학 관련 노조·단체 들이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와 첨단산업 수도권 독식 지원 정책을 규탄하고 국회가 정례회 기간 이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또한 이번 발표에서 첨단학과가 증원되는 비수도권 12곳 중 10곳은 국립대학이다. 실험·실습 기자재 등 장비가 워낙 고가인 만큼 웬만한 지방 사립대는 첨단학과 신설 신청도 하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이렇듯 첨단분야 학과와 학생은 이미 수도권에 집중돼 포화 상태인 반면 비수도권 첨단분야 학과는 사실상 미달”이라며 “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늘린 건 첨단산업 수도권 집중을 더욱 공고히 하고 지방소멸을 더욱 앞당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를 향해 “수도권 정원 증원을 즉각 철회하고 비수도권 지방대학을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지원·육성할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역 특성에 맞게 분산하는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하고, 경기 용인·평택과 같이 비수도권에도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집적단지를 조성해 지역 인재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해야할 것”을 주문했다.

7개 권역 대학교총장협의회 회의 모습. /협의회
7개 권역 대학교총장협의회 회의 모습. /협의회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도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수도권 첨단분야 학과 정원 배정으로 비수도권과 격차와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교육부 결정을 비판했다.

총장협의회는 “비수도권 반도체 학과 충원율은 지난해 기준 81.1%로 미달”이라며 “결과적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신설된 첨단 분야 관련 학과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불균형 상황에 지역과 관계없는 정원 증원은 수도권으로 인재 유출 심화와 여건이 취약한 비수도권 대학의 학생 수급난, 재정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첨단 분야 정원배정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김두천 기자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