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12 공공병원 운영진단' 살펴보니…신축 이전 '결정적 패착'

MB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는 '의료 민영화'였다. 각고 노력 끝에 개정한 것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이고, 이로써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앞서 MB정부는 공공병원을 평가할 때 기존 공공성과 수익성 절반씩 보던 것을 배점을 조정해 수익성에 조금 더 비중을 두게 하는 한편, 평가기관을 회계법인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요컨대,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 평가가 더욱 냉혹해진 것이다.

이런 시스템 아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에 지방의료원 평가를 맡겨 8월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당연히 진주의료원도 들어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2012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및 운영진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선고받은 사태에 이른 결정적인 원인은 '수요예측 실패'였다.

경남도와 달리 보고서는 초전동 신축 이전을 적자 확대의 중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특히 병원 이전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보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176쪽)는 "이전 등을 단견적으로 결정해 운영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진주·제주·강릉의료원을 꼽으면서, 진주의료원이 "신축 이전 부지가 도심에서 멀고 교통 여건이 나빠 시민 접근성이 매우 낮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산하 의료원을 이전 시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기관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한 후 사업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전지 적정성 검토나 신축 당시 병상 규모와 장비 숫자 등을 전문기관 등에 맡겨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전지의 수요에 걸맞은 병상 규모를 산정하지 않고 '단견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인데, 결국 초전동 이전지에 대한 수요예측 실패로 귀결된다. 마창대교나 거가대교처럼 예측 교통량을 뻥튀기해 수백억대의 손실보전금을 지원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경남도는 이번 폐업 방침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병상과 장비가 방만하게 운영된 점을 꼽고 있다. 현재 진주의료원 병상은 모두 325병상(일반 205, 노인 요양 120)이다.

경남도 복지노인정책과 TF팀 관계자는 "당시 진주의료원은 지방공사로 공기업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며 "병원 이전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했는지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요예측 주체는 당연히 경남도다. 신축 이전 비용을 경남도가 댔을 뿐만 아니라 진주의료원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므로 의료원 측과 협의했다고 해도 수요예측 결정권자는 경남도가 된다.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내린 진주의료원 처방은 '폐업'이 아니라 '진료과 운영의 효율화'와 '지자체 주도로 유휴시설과 장비 매각 또는 임대로 수익 창출'이었다.

보고서는 "의료권 내 의료공급이 충분히 있으므로 진료과 운영의 효율화가 필요하며 이로 인해 확보되는 공간은 의료 외 수익 창출 또는 지자체 주도로 신축에 따른 투자금 회수와 기회손실 감소 방안을 실행"하라고 쓰고 있다.

병상 등 시설과 장비를 줄이면 자연스레 인력도 감축돼 경남도가 계속 주장하는 높은 인건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수익대비 인건비 수준을 공공병원 평균인 70%(진주의료원은 평가 당시 79%)로 감축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수요보다 병상과 장비 등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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