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노조 도청 앞 농성…지역·서울서도 폐업 반대 성명

12일 오전 11시 35분 도청 정문 앞에서 삭발식을 보던 40대 후반 한 여성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오열했다. 그녀의 한마디에 다른 이들도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세상이 왜 이래. 세상이 왜 이러냐고.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는데, 무슨 죄가…."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가 의료원 폐업 저지 투쟁을 하면서 도청 앞 잔디밭에 천막을 쳤다. 진주의료원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폐업 결정에 대해 "홍준표 도지사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공공병원을 팔아먹는 행위고, 경남도의 직무유기"라고 규정했다. "폐업이 해결책이 아니라 정상화만이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기한 천막 노숙 농성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오전 11시 30분 이들은 삭발식을 했다.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 서수경 조합원(수간호사), 의료원 직원 대표인 윤만수 관리과장 등 3명의 머리카락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서수경 씨는 삭발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더니 한 조합원이 바닥에 주저앉아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서럽게 울었다. 그 모습에 삭발하던 3명과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들은 삭발식 직후 도청 정문 옆 오른쪽 잔디밭에 천막을 쳤다. 순간 천막을 걷어내려는 경찰과 이를 막는 조합원들 간 20분가량 다소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다친 이들은 없었고, 천막은 나중에 설치하기로 하고 양측은 한 걸음씩 물러섰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12일 경남도청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을 마친 진주의료원 박석용 지부장과 서수경 조합원, 윤만수 관리과장이 삭발 투쟁을 했다. 삭발식 중 서수경(오른쪽)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들은 회견문에서 △최신식 진주의료원의 갑작스러운 폐업 이유와 홍 지사의 정치적 흑막 공개 △폐업을 둘러싼 각종 왜곡보도 유도 행위와 여론 호도행위 중단 △환자를 내쫓기 위한 반인륜적·반의료적 행위와 도의원을 공공의료 포기 공범으로 만들려는 조례개정 작업 중단 △진주의료원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 찾기를 위해 폐업 결정 철회와 함께 진주의료원 직원, 노조, 경남도, 경남도의회, 전문가 등 5자가 참여하는 '진주의료원 발전위원회' 구성 등 4가지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가 지역과 서울에서 잇따랐다.

이날 오후 2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도내 특수고용노동자를 대표하는 화물연대 경남지부,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 등 노조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 폐업'에 반대했다.

이들은 "진주의료원 '보호자 없는 병원'에 간병노동자 25명이 일하는데 반도병원에서 이들 중 20명만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더욱이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는 진주의료원 노인요양병원 간병노동자 36명 모두 하소연할 곳도 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간병노동자는 우리와 같은 처지의 특수고용노동자이고, 의료원 폐업은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이날 오전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공공성 강화 국민행동 준비위원회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 폐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은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규정하고 "진주의료원 폐쇄 저지를 시작으로 새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민영화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도 폐업 반대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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