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피를 토할 일이다. 구 마산은 한국인 마음의 고향인 가고파 '합포만'을 가졌고, 근대 초기에 대한민국의 7대 도시로 명망을 날렸으며 민주의 성지로서 자긍심이 드높았던 도시다. 그런 마산이 지구 상에서 목숨 같은 그 이름을 잃어버렸다.
창원시의회의 반대에도 창원시청사 소재지 관련한 여론조사가 혈세 6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14일부터 사흘간 구 마산·창원·진해지역 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2개 여론조사기관에서 5개의 문항으로 조사가 시작되었다.
여론조사란 여론의 변화 추이를 참고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조석변(朝夕變)하는 그런 여론으로 이 중차대한 사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역의 균형발전과 화합을 통하여 미래 창원시의 밑그림을 만들어 가야 할 이때, 통합 기본정신과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배치되는 많은 오류와 또 다른 분란을 야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0년 통합 때 통준위에서는 4가지 사항을 합의하였다. 통합시의 명칭은 창원시로, 임시청사는 현 창원시청사로, 통합시 청사는 1순위 마산, 진해지역, 2순위 창원지역을 의회에서 결정하며 중앙정부의 재정인센티브는 지역별 비율로 집행하기로 합의 결정하였다. 4가지 합의사항 중 3가지는 잘 지켜지고 있는데 시청사 소재지는 시의회에서 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졸속통합의 원초적인 문제와 지역이기의 속성상 문제, 지역 선출직들의 정치력 부재와 통합의 결과물을 독식하고자 함에 기인한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 주인인 시민의 합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고, 특정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와 중앙 정치인들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반자치적이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통합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러한 갈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당시 '통준위' 위원장이라는 자가 공공연히 통합시 청사 소재지의 1순위가 "의미가 없다"라고 억지와 궤변으로 원칙과 상식을 부정한 데서 현재 분열과 시정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시정의 총괄적 무한책임을 진 단체장의 통합 합의정신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는 표리부동한 시정운영이 오늘날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진정으로, 다수시민의 뜻을 헤아리기 위하여 통합의 잘잘못에 대해서와 통합 전의 3개 시로의 환원에 대하여 먼저 묻는 게 우선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통합시 청사를 신축할 것인지 여부를 지금의 여론에 묻는 것은 결론이 자명한 것으로 통합 때 합의사항의 근본을 부인하는 것이다. 청사건립 후보지 1순위와 2순위를 분리 또는 같이 물을 것인지를 조사하는 것은 '순위'라는 기본상식과 본질을 호도하는 정략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청사의 건립시기를 극소수 시민의 여론에 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통준위'가 합의 결정한 4가지 사항 중 시 명칭을 비롯한 합의내용 전체를 시민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겠는가? 이번 여론조사의 저의는 특정지역을 대변하기 위한 명분 쌓기 용이며, 어떤 결론이 나든 공정성과 객관성, 평등과 균형의식이 결여된 조사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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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집행부라면 시민 다수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수립하여서 시민들에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통합 창원시의 시민과 지역 정치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가 우선 1순위, 2순위에 대하여 법률전문집단에 자문을 한 후, 이를 시민에게 알리며 의회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 시간이 다소 걸릴지언정 모두가 공감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바람직스럽다 할 것이다.
시청사 입지의 졸속 결정은 엄청난 저항과 갈등을 초래할 것임을 집행부는 명심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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