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통합시청사 위치 결정권은 원칙적으로 시민 대의기구인 시의회 소관이다. 애초 통합작업을 전담한 통합준비위원회가 3개 시의회 대표의원들로 구성된 이유가 시민자율이라는 대의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임을 상기한다면 그 연계선 상에 있는 통합청사는 의당 통합시의회 몫임을 깨닫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회는 2년 반이 지나도록 지역이익주의로 삼분돼 분쟁만을 일삼는 바람에 시민화합은커녕 청사를 둘러싼 갈등의 골만 키웠을 뿐이다.

이 와중에 최근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청사 위치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창원시의 방침이 확정돼 그 적절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가 여론조사를 하는 데는 돈이 들어간다. 2개 사설조사기관이 공짜로 용역을 맡아 해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시민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는 통상적인 행정절차에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표면화된 명분은 의회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달리 말해 의회가 청사 위치를 빨리 정하도록 수집된 여론의 힘으로 압력을 넣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과연 그럴까. 의원들이 여론을 존중하는 정신을 하나의 기본 요건으로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청사 문제에 갑론을박하는 대치국면을 연장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 후 의회는 시민 수권사항인 통준위의 결의를 백지화시킴으로써 자기부정의 모순을 누적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의회가 시의 단독여론조사를 환영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대동화합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조사의 순수성이 훼손되면서 여러 가지 불확실한 억측이 난무하는 마당에선 거기에 승복하는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의회의 이전투구에 불씨 하나를 추가하는 수순 외에 얻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불러일으킨다.

의회의 능력으로 청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현재 대부분의 시민을 지배한다. 그러다 보니 시가 여론조사라는 이중비용을 물어가며 행정의 우월성을 입증하려 한다. 의회의 난맥상은 통준위가 정한 원칙을 부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창원시는 처음에는 후보지 순위 원칙에 충실한 조례제정을 도모하더니 그게 안 되자 의회와 똑같이 그것을 배척하는 칼을 꺼내 든 모양새다. 모든 혼란의 원인이 근간을 비틀어버린 데서 온 것임을 모르고 있거나 알았다면 이 역시 자기부정의 단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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