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가 시 청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 한해를 넘긴 가운데 박완수 창원시장은 야구장 위치를 먼저 발표하고 시 청사 위치와 현 청사를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 방법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이런 구상은 시 청사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필자는 지난해 2월 경남도민일보에 투고한 글에서 '시 청사문제 이미 물 건너갔다'고 주장한 바와 같이 마산과 진해권 출신 시의원들이 통 큰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청사문제는 영원히 표류할 것이다. 통합 창원시는 한마디로 태생부터 잘못되었고, 부실과 졸속으로 합의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 근거로 당시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정했다면 임시청사는 마산 혹은 진해에 두는 것이 평등의 원칙이고, 통합의 정신이다.
하지만, 시 명칭을 창원시라고 하면서, 임시청사 또한 현 창원시 청사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정상적인 합의가 아니다. 통합 후 3개 지역 시의원들이 서로 기득권을 주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임시청사를 차지한 쪽이 협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옛 마산시청에 통합 창원시 임시 청사가 들어왔다면 마산 쪽 시민들은 청사문제에 대해서는 느긋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했다면 시 청사 소재지는 마산과 진해 2곳 중에 정하는 것이 통합의 정신과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해괴하게도 2순위를 둔 것이다. 통합 후에 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해괴하게 보인다.
또 통합이라는 큰 문제와 상식을 벗어난 협상내용을 의회에 상정하여 3개 시의회가 모두 하나같이 일사불란하게 졸속 강행 처리한 이유는 뭔가? 세간에는 시의원들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 청사 입지선정을 위한 용역과제를 10개 항목까지 의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의뢰한 용역과제 중에 지역 상징성(역사·문화)과 기반 연계성(도시가스·상하수도)은 신도시를 건설할 때 도출할 과제이기 때문에 전시행정에 불과하고, 통합의 정신에도 반(反)한다.
따라서 이런 불필요한 항목을 용역과제에 포함시켜 1, 2순위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용역비만 더 준 꼴이 되었다. 하지만, 마산과 진해권 시의원들은 용역과제 선정이 청사 입지선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던 것이다.
마산과 진해 쪽 시의원들의 정치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창원시의원 55명 중 마산과 진해권 출신이 반을 넘는 34명이나 되지만 지역이기주의에 얽매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창원시 청사는 마산 아니면 진해에 건설하는 것이 통합의 정신이지만, 하나의 시청사를 두고 마산과 진해 지역 시의원들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산과 진해, 창원, 어느 쪽이든 통 큰 양보를 하고 차선책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청사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진해 쪽 시민들은 차선책으로 야구장이 온다면 시 청사를 포기하겠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으나 마산 쪽 시민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오죽하면 시청사와 야구장을 창원과 진해에 준다면 명칭이라도 통합 마산시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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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통합협상에 참여한 시의원들은 부실협상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지혜가 필요한 때다. 마산은 114년의 역사를 지닌 가고파의 고향이고, 향수가 깃든 고도(古都)이다. 규모로 보아 진해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마산이 시 청사를 진해에 주는 통 큰 양보를 하고, 야구장을 창원시가 갖는 대신 통합 시 명칭을 '마산시'로 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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