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로 재활용 사례 많아…여수, 스카이타워로 환상적인 '리모델링'

마산합포구 월포동 해안도로가에 있는 시멘트 사일로(저장고)가 가동이 중단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마산만 워터프런트 개발사업에 따라 부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전에 더 좋은 생각을 해보자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이다.

쌍용양회가 1977년 만든 높이 55m짜리 구조물은 수십년간 마산만을 지키며 지역 산업화 상징물이 됐다. 그러나 이곳에 해양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라 기업은 떠났고 작년 말부터 사일로는 버려졌다. 이대로 가면 사일로는 철거된다.

추억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보전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시멘트 사일로를 예쁘게 꾸며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 국내·외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산만에 있는 시멘트 사일로.

전남 여수시는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박람회 행사장과 바로 인접해있는 사일로를 아름다운 스카이 타워로 만들었다. 공사비 64억 원을 들여 전망대와 식당을 꾸미고, 안쪽에는 반구대 암각화를 형상화했다. 전체적으로 파이프 오르간 느낌을 주는 이 상징물이 앞으로 여수시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모해 좋은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코레일은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전철역 근처 시멘트 사일로를 친환경 물류시설로 단장했다. 남양주시가 환경전문가, 주민대표들과 자주 만나 사일로를 살리는 방법을 의논한 결과다.

이에 대해 허정도 창원대 초빙교수는 "사일로를 부수면 철거비도 들고 쓰레기도 나온다"며 "그만한 구조물을 세우려면 큰 돈이 드는데 지역 대표성을 띄는 상징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넓이 20m, 높이 50m에 이르는 탁 트인 공간이 아깝다"며 "예를 들어 여기에서 우주나 깊은 바다를 보여주면 얼마나 멋지겠는가"라고 말했다.

아름답게 재탄생한 여수 스카이타워.

그러나 창원시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철거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창원시는 작년 말 국토해양부와 이 지역 개발계획 협약식을 하고 4월까지 타당성 용역을 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지만 창원시가 건의해 협의하면 개발계획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일로가 큰 역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조가 단순해 검토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 일단 사일로와 주변 땅을 해양항만청이 갖고 있어 보상 부담이 없다. 이 지역 공장시설은 당시 항만법에 따라 완공 때부터 항만청에 기부채납됐다. 쌍용양회는 임차료를 내고 사일로를 사용해왔다.

서유석 창원대 교수는 "철거는 안 된다. 오래된 유적들도 다 그 시대엔 생활의 일부였지 않나"라며 "근대 시설물을 계속 없애면 마산의 역사는 사라지고 말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원시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며 "독일의 경우 제철공업이 사그라들었지만 옛 시설은 관광지로 남아 살아숨쉰다. 외국 견학 가서 제대로 보고 왔다면 느낀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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