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워터프런트 개발사업 추진으로 마산합포구 월포동 해안도로가 시멘트 사일로(저장고)의 활용에 창원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멘트 저장고는 쌍용양회가 1977년 만든 높이 55m짜리 구조물이다. 그런데 창원시는 이 구조물에 대해 개발을 위한 철거 외에는 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오래된 구조물도 아닌 것을 굳이 보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뜻있는 시민들이 똑같은 기능을 했던 구조물을 탈바꿈시켜 엑스포 상징물로 재탄생시킨 여수의 예를 들어 얼마든지 마산항의 상징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구조물의 생김새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뜻을 비쳤다.

아직 구조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창원시의 이러한 견해는 자못 위험해 보인다. 역사를 정치사 위주로 배운 사람들에게는 시멘트 저장고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과 그로써 형성된 문화도 엄연히 역사이고 오늘날에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관점에서 보면 마산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멘트 저장고는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상징물일 수도 있다. 이런 가치를 지닌 구조물을 행정 편의나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한순간에 파괴할 수는 없다. 마산항의 아름다웠던 시절로 모든 것을 돌려놓겠다는 발상에서 철거를 계획한다면 이를 반대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또다시 시멘트로 덮일 개발이 뻔하다면 시민들은 그나마 있던 마산항에 대한 기억의 편린마저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자체는 지역을 알릴 콘텐츠 개발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도 작은 가치라도 있는 문화적 상징물에 대한 인식제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불행하게도 마산은 무학산과 돝섬 같은 자연물 말고 변변한 역사적 유물이 남아있지 않다. 역사적 잔존가치가 있는 것들은 지난해 양조장 보존 운동이 좌절된 것에서 보듯 끊임없이 개발과 파괴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것은 마산이 문화가 있는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것이다.

창원시는 시멘트 저장고가 마산항의 영광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시민 공청회 등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일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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