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문 닫힌 유원지 인적 끊긴 섬엔 깃발만 나부껴

배가 출발하자 하얀 파도가 갈라진다. 마창대교가 점점 커진다. 뒤를 돌아본다. 마산만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도 시원하다. 배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1400m 거리에 있는 섬, 돝섬. 초등학생 시절 촌놈에겐 별천지였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에 유치원생 아들이 할아버지와 배타고 물놀이 다녀왔다며 자랑했던 섬이다. 그러나 지금은 놀이기구들만 덩그렇게 눈에 들어온다. 텅 빈 섬일 뿐 아무도 없다.

돼지 동상은 지난 2007년 황금 돼지해를 맞아 입힌 황금 칠이 군데군데 벗겨졌을 뿐 그대로다. 돼지 설화, 누운 돼지 모양이라 돝섬이다. 1982년 5월에 세워졌으니 돼지 동상도 스물여덟 살이다. 국내 최초 해상유원지 돝섬의 나이이기도 하다.

문 닫은 지 일곱 달 된 돝섬 유원지 시간은 아직 2009년이다. 선착장엔 '제9회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가 적힌 깃발이 날리고 있다. /표세호 기자


식당과 매점은 여러 겹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진열대에 색깔 바랜 컵라면도 보인다. 이렇게 문을 닫은 게 지난해 12월이다. 바이킹, 허리케인,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들도 멈춰 선 지 일곱 달이다. 다시 저 놀이기구를 돌릴 수 있을까. 동행했던 안영강(55) 씨는 관리 안 한 지도 오래됐고 전자기판에 습기가 차서 힘들 거라 했다.

그는 스물여덟 나이에 유원지 개장할 때부터 관리회사가 몇 번 바뀌었지만 줄곧 돝섬에서 일해 왔다. 마산시와 가고파랜드 계약 해지로 지난해 문을 닫고서는 시가 고용한 관리인으로 일한다.

그의 표현대로 198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물밀듯이' 찾았단다. 한해 100만 명이나 몰렸다. 전국 최초 해상유원지였으니 인기몰이를 한 셈이다. 쇠락기에 접어들었다지만 국화축제를 했던 최근 몇 해 동안에 그래도 매년 20만~30만 명은 다녀갔다. 그러나 지금은 해상유원지로 제 역할을 못한다.

회전목마 옆 너른 마당에 우주탐험관을 뜯다가 만 자재들이 그대로다. 옛 마산시는 통합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 직영으로 2017년까지 가족 휴양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계획만 있었지 관리업체와 계약 해지 후 돝섬을 방치했다. 망초대는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허리춤까지 자라고, 칡넝쿨은 비탈을 타고 널브러져 있다. 공원관리과 공무원은 개발 계획이 세워지기 전에 다시 문을 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나지막한 동산 꼭대기의 하늘 공원, 하늘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평화'를 담은 문신 선생의 조각상만 외롭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84년 11월에 세워진 작품이다.

내려오는 길 서커스장이 보인다. 한때 동춘서커스단이 줄타기와 갖가지 묘기를 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두 해 동안 마산국제연극제 무대이기도 했지만 찢어진 검은 그늘막만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바닷가 '해상콘도' 간판도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산길과 해안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아깝다. 산길을 따라 걸으니 새소리도 들린다. 해안로를 돌다 보면 서항과 어시장, 마산자유무역지역뿐만 아니라 맞은편 귀산동 무거운 쇳소리 울리는 거대한 공장들까지 마산만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인데….

돝섬의 시간은 2009년에 멈춰 섰다. 선착장엔 지난해 열렸던 '제9회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날린다. 옛 마산시는 돝섬을 폐쇄하면서 '마산 9경'에서 2경을 잃었다. 돝섬해상유원지와 마산항 야경이다. 돝섬엔 초라한 간판만 남았다. "돝섬에서 바라본 마산항 야경은 '거의 환상적이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항구도시의 미항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전국 어느 도시보다 야간 경관이 빼어나다." 언제쯤 돝섬에서 보는 마산항 야경을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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