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개발사업은 경쟁력 없어" 자연그대로의 휴식처로
돝섬을 살리자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형 개발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둬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형 시설을 갖추는 유원지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 최초 해상유원지로 각광을 받았던 시절은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민간자본 손 든 돝섬 = 지난 28년 동안 수차례 관리사업체가 바뀌었고 그때마다 돝섬 활성화 논의는 있었다.
마산시가 지난 1월에 만든 돝섬 종합개발계획이 이전과 다른 점은 민간자본으로 돝섬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개발과 직영에 무게를 뒀다는 점이다. 이제는 자본주의에서 돈벌이 기준에 맞춘 돝섬 개발은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두산개발이 2001년 돝섬 관리권을 마산시에 넘겼을 때 이미 자본은 손을 털고 나간 셈이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이 마산신항만 개발사업의 하나로 참여를 추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또 마산시가 공간금속(가고파랜드)과 2008년 계약종료를 앞두고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사업설명회에 코오롱건설, 하이트맥주, 삼성중공업, 경남은행 등 11개 회사가 참여했지만 마지막에 나선 업체는 없었다.
결국 시는 다시 공간금속과 2010년까지 위탁계약을 했지만, 사용료도 내지 못해 계약해지를 당했고 돝섬은 문을 닫았다. 2004년부터 돝섬에서 국화축제를 열어 사람이 몰리긴 했지만 '반짝 특수'였을 뿐이다.
대규모 테마파크는 답일까. 지난 2007년 느닷없이 나왔던 돼지테마파크 계획은 황금돼지 열풍과 함께 사라졌다. 돼지 설화를 바탕으로 돼지박물관, 돼지경주장, 돼지인형극장, 돼지연구소, 돼지요리전문점, 캐릭터숍 등을 갖추자는 계획이었다.
당시 황철곤 마산시장은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 해에 '황금돼지 원조섬'으로 개발하겠다며, 돼지상에 황금 칠을 하고, 새끼돼지 몰이, 돼지 캐릭터 만들기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개발이 아닌 자연 그대로 =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창원대 건축학부 허정도 초빙교수는 '꽃'과 '나비'의 섬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허 교수는 "도시지역에 이미 시설이 많으니 전혀 다른 걸 해야 가치가 있다"라며 "오솔길을 따라 1년 내내 꽃이 피는 섬, 11월에서 2월까지는 온실에서 나비를 키워 나비와 꽃이 어우러지는 섬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오면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오게 돼 있다. 꽃과 나비를 좋아하는 사람만 찾아도 넘쳐날 것"이라며 "즐거움을 주고 신비감을 주는 친환경적 섬을 만들려면 공공개발밖에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돝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던 마산도시재생위원회 서익진(경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공동대표도 대규모 개발이 아닌 원상태를 유지하면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서 대표는 "옛날에 각광받았던 것은 다른 유원지가 별로 없어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국에 이런 유원지는 널려 있다. 대규모 테마파크 개발은 맞지 않다"라며 "필요 없는 것은 없애고 휴식공간으로 빨리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송성안 학예사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야기가 있는 섬'을 제안했다. 송 학예사는 "놀이시설, 숙박시설, 음식점 같은 특별한 개발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놔둬야 좋을 것"이라며 "스토리텔링으로 연인들이 뽀뽀하는 자리, 가족들이 사진 찍고 시를 읽고 노래하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창원이나 바다와 연관된 시와 노래 푯말을 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섬을 말한다.
◇마산만과 도심재생 연계 = 특히 섬에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산 도심과 어시장을 연계한 효과를 거두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돝섬으로 가는 배 선착장을 어시장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허정도 교수는 "돝섬은 소비를 위한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소비는 어시장과 마산 시내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창원시가 추진하는 창동·오동동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마산재생 사업과 마산만 워터프런트 조성계획과 연계가 필수다. 서익진 대표는 "돝섬은 마산도시 재생과 워터프런트 큰 그림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산시의 돝섬종합개발계획에서 전문가와 방문객(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이용객은 가족(45%), 친구(21%)가 많았으며, 방문목적은 해안경관 감상과 휴식(50%), 국화축제(21%)가 다수를 차지했다.
마산 앞바다에 있는 돝섬은 표류 중이다. 돝섬이 제자리를 잡게 하는 것은 통합 창원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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