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고분박물관 ‘금릉 금빛 시선’ 특별전 인기
일제 제국주의 시선 일본인 사진, 김해 기록 자료
김해 여류시인 지재당 시어, 사진으로 감상 신비
‘여뀌꽃 핀 섬 가을빛이 그림 속에 들어오고/끊어진 노을 맑은 비단 그경치 어떠한가/초선대 옆에 말을 세우고/온 산 붉게 물든 신어산을 바라보네.’(지재당 강담운 ‘금릉잡시 17수’) 강담운 시를 읽는 순간 일본인 야쓰이 세이이쓰가 찍은 ‘김해 초선대 마애여래좌상(1909년)’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 전 찍힌 초선대 마애여래좌상은 선이 또렷하지만 현재 마애여래좌상은 희미해졌다.
또 ‘연자루 앞 버들개지/버들개지와 제비가 석양에 비껴나네’(금릉잡시 1수 중)라는 시에 등장하는 ‘김해 연자루(1909년)’ 전경 사진도 바로 옆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으니 흥미 있다. 연자루는 현재 김해시 동성동 연화사 자리에 있었던 건물인데, 당시 한옥 건축물을 서울지역 요정에 팔아 현존하지 않으며 오로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25일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금릉 금빛 시선’ 특별전을 둘러보니 ‘신박’했다. 송원영 대성동고분박물관 관장은 9월 30일 전시 개막 이후 방문객 수가 급증하며 현재까지 1만 5317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별전은 100년 전 김해의 사진 자료와 시를 통해 과거 문화유산과 현재 문화유산을 재조명해 김해지역 연구 지평을 넓히도록 기획했다.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라 100년 전 김해의 사진과 당시 김해의 시를 접목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전시는 100년 전 일본인 야쓰이가 제국주의 시선으로 촬영한 김해의 사진·기록 자료 100여 점과 조선 후기 김해 여류시인 지재당 강담운이 남긴 지재당고 중 7언 절구 34수 연작인 ‘금릉잡시’에 언급한 김해의 역사와 자연, 사람과 경치 등을 색다른 각도로 조명한다.
이 전시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같은 시대 사진과 시여서 구지봉,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연자루, 분산 등 일치되는 김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인물이 김해를 바라본 서로 다른 해석과 과거와 현재의 유적 사진을 비교하면서 변화된 시대상을 살펴보도록 구성한 점도 화젯거리다.
야쓰이는 임나일본부 증거를 찾고자 고적 조사를 빌미로 김해 곳곳을 다니며 기록 사진을 찍었다. 반면 관기였고 김해에 머물렀던 차산 배전 선생과 애틋한 사랑을 했던 강담운은 당시 금릉(김해)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시를 주로 썼다.
송원영 관장은 “야쓰이 사진 자료는 영남대 교수가 일본 유학 때 경매로 나온 기록 사진을 사비로 구입한 것인데, 강담운 작품과 연계해 재조명하니 방문객들이 새롭고 특별한 시선으로 흥미롭게 전시를 감상한다”면서 “야쓰이가 1920년 김해를 조사하고자 김해 성내 오사카야 여관에 묵었던 경비 영수증, 1904년 작성한 레포트도 재밌는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기념사진 포토존과 100년 전 사진을 활용한 엽서를 제작해 필사와 컬러링을 할 수 있는 체험존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옛 김해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린이들에게는 지금을 즐기는 공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특별전은 12월 14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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