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시민모임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마땅”
진주소힘겨루기협회 “전통 민속경기 계승 발전시켜야”
대회 개최 전국 11개 자치단체 중 6곳 내년 예산 미반영
소싸움대회를 개최하는 전국 자치단체에서 폐지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소싸움대회 발상지로 알려진 진주에서도 ‘동물복지’를 위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싸움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는 ‘전통문화 계승’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학대 소싸움(소힘겨루기)대회 폐지해야
진주 소싸움대회 폐지를 원하는 시민모임은 20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아있는 생명을 학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되지 않는 소싸움대회를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전국 각지에서 소 브루셀라병 등 가축 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소싸움이 강행된 사실이 있었다. 전국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수백마리 모아 대회를 치르는 행사는 소싸움이 유일하다”며 “이러한 방식의 대회는 축산농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단체는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소싸움대회 폐지 당위성을 주장했다.
올해 6월 동물해방물결이 영남권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4%가 동물권과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축소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전문 여론조사기관이 전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소싸움 관람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70.1%, 자치단체의 소싸움 예산 지원 반대가 56.9%로 나타났다.
소싸움대회가 예전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라도 동물복지와 사회인식 전환으로 시대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인경 진주시민행동 대표는 “진주는 일제강점기 남강변에서 소싸움경기가 열리며 이어져 왔다. 그러나 모든 문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굳이 살아있는 생명을 야만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문명인인 사실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단체는 소싸움 관련 예산 편성 즉각 철회, 예산 전면 삭감과 지원조례 폐지를 진주시와 시의회에 각각 요구했다.
전통 민속경기 문화적 가치 인정해야
소싸움(소힘겨루기)대회를 개최해온 진주소힘겨루기협회도 같은 날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폐지 요구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일제강점기 3.1운동 이후 소힘겨루기가 중단됐음에도 1923년 진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부활시킨 것은 민족 자존심이자, 진주지역 정신이며, 항일 의지를 상징하는 문화였기 때문”이라며 “민족 전통 민속놀이로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과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동물복지를 강화하고 운영 투명성을 높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개선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학대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경기 현장에서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세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회는 “소가 싸울 의지가 없으면 즉시 경기를 종료하고, 경기 시간은 최대 30분 이내로 제한하며, 소의 부상을 유발하는 뿔깎기 전면 금지, 감독관 상시 배치로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한다”며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동물학대 주장은 사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전통문화는 하루아침에 사라져서는 안 되며, 시대 변화에 맞춰 더 인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통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폐지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소싸움대회 폐지 움직임 전국 확대, 법률안 발의
소싸움대회 폐지 요구는 일부 국회의원이 본격 나서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소싸움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이 참여하며 안건이 국회에 회부된 이후, 국회에서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손솔(진보당·비례) 국회의원은 최근 소싸움대회 폐지를 골자로 한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과 함께 법률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박홍근(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을) 국회의원이 소싸움을 동물학대 예외로 규정하는 법령이 시대착오적이라며 ‘소싸움경기 전면 금지로 동물권을 존중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국가유산청이 지난 1월 9일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 추진’을 최종 부결해 폐지운동에 탄력이 붙었다.
소싸움대회를 개최해온 전국 자치단체의 폐지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이다. 전국 11개 자치단체 중 6곳이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정읍시, 전남 완주군, 경북 청도군, 대구 달성군, 김해시와 함안군은 내년 소싸움대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충북 보은군은 ‘신중 검토’라며 예산 배정을 미루고 있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한 곳은 진주시, 창원시, 창녕군, 의령군이다. 진주시는 2023년 7억 7000만 원, 지난해 7억 1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내년에는 1억 원가량 줄어든 6억 여 원을 편성했다. 의령군은 연 2회 대회를 내년부터 1회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주시는 소싸움대회 폐지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이라며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허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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