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선전 장관 독설이 홀로코스트 불러
내란 종식, 정치의 말 품격 찾을 때 가능

갑자기 동장군이 들이닥쳐 어깨가 잔뜩 움츠러드는데 거꾸로 저잣거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모임도 잦고 포차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목청도 더 높아진다. 모두 내년 지자체 선거 때문이다. 내년 6월 도지사와 시장·군수, 기초·광역의원, 경남교육감을 뽑는 민주주의 축제를 앞두고 기대를 품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걱정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뽑은 의원들이 우리 얼굴을 먹칠하는 꼴은 더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내 기억에 과거 선거에서 뽑힌 의원들이 지역을 자랑스럽게 만든 적은 거의 없었다. 거꾸로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지역민의 자존심까지 상처받게 하는 일은 잦았다.(나는 기초·광역 의원의 정당공천제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경남의 특성상 특정정당이 후보만 내면 당선되는 색깔별 투표가 여전한 이상 내년에도 수준 이하의 막말 의원들을 지역대표라고 뽑고 계속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할 것인지 난망하다.

창원과 경남을 부끄럽게 하는 의원들은 여럿 있었다. 떼로 내란을 두둔하고 시민사회를 모독한 의원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창원시의회 김미나 의원은 막말에 관해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2022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장사한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의 모욕적인 표현으로 큰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때부터 김 의원은 전국구 유명인사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두고 “자식을 나눈 사이가 아닌가?” 하는 저속한 표현으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은 이런 설화들로 법원에서 1억 4000만 원 배상 판결과 형사 재판에서도 징역 3개월에 선고유예를 선고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말을 주워담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외려 며칠 전에는 “시체팔이 족속들이란 표현의 대상은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었음에도 이태원 유가족을 향했던 것처럼 곡해해 반복해서 보도했다”며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를 고발했다. 이 정도면 괴이할 따름이다.

나는 이 분 행적을 접할 때마다 “왜 굳이 정치를 하려고 나섰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치의 근본은 공동체에서 힘없는 약자를 지켜주기 위함이다. 이는 최소한의 측은지심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을 때 모 대형교회 목사는 공개적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에나 갈 것이지 왜 제주도로 가다가 이 사달을 내느나?”고 말했다. 혐오로 똘똘 뭉쳐진 이 목사의 설교는 말이 아니라 칼이다.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진실보다 증오가 정치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유대인을 ‘벌레’라 불렀고, 정적을 ‘국가의 암’으로 만들었다. 괴벨스의 독설은 결국 6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홀로코스트가 되었다. 그의 혀는 방아쇠였다. 총보다 그의 말이 먼저 사람을 죽였다.

이런 증오의 최종 확장판이 정치적 반대자를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한 윤 전 대통령의 12.3내란이다. 내란종식은 정치의 말들이 품격을 되찾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세월호 참사 뒤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전에는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를 겪고 보니 인간과 짐승으로 나뉘더라” 자식을 잃어 고통스러워 하는 가족들에게 소금을 뿌리고 조롱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아니 짐승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다.

/최영 푸른내서주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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