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유네스코 지정 ‘백범 기념해’
문화·교육으로 분쟁 극복하자는 교훈
2026년,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 ‘유네스코 기념해’로 공식 지정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비전이 유네스코의 보편적 가치와 부합했기 때문이라며 유네스코 총회 결정 배경을 밝혔다. 1945년 11월에 만들어진 유네스코 헌장 서문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어떤 참전국들도 예상치 못한 끔찍한 세계 대전쟁의 폐허를 목도한 직후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명구이다.
‘백범 기념해’ 지정은 그동안 지구촌이 추구하고 수용했던 가치 질서가 흔들리고 평화를 위한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에 균열이 커지는 불확실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백범의 사상이 세계적 교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백범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며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했고,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며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고 했다.
평화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이해되는 복합적 관념이다. 평화는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인간 안보, 국민주권, 상호이해, 대화와 협력 등 평화적 수단에 의해 물리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과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본 평화는 모두 인간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이라는 수단이 중요하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평화, 인권, 민주시민, 다문화, 통일, 국제이해, 세계시민 등 다양한 교육 방법들이 평화교육과 관계 맺으며 시행되고 있다.
분단국인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평화교육이 통일교육과 밀접한 상호의존 관계이기에 보다 효능감을 지닐 수도 있고, 반대로 왜곡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통일교육기조의 잦은 부침, 때로는 평화에 반하는 폭력적 안보 논리 작용으로 인해 지역사회 교육당국이 수학능력 함양과는 거리가 있는 평화통일교육 분야에 소극적 행정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80년을 경과한 분단체제의 무거운 역사의 중력과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환경으로 말미암아 일관성있는 평화·통일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교육 방향과 방법론 쇄신을 연구하는 교육 주체들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존의 통일교육 정책을 민주·평화·통일교육으로 방향성을 재정립했다. 최근 국립통일교육원도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개명을 단행했다. 그만큼 정부가 당면한 외교안보·평화통일 정책 환경이 급변했음을 인식하고 통일 문제가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국내 민주주의 역량과도 밀접한 상호보완성을 지니고 있음을 정책으로 말한 것이다.
요즘 단풍나무에 시선을 빼앗긴다. 자연계는 이토록 변함없이 모든 인간에게 잠시나마 평화를 제공하는데 인간은 자연과 달라 생존과 위계의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 내가 속한 세상, 내 마음속 세상에 잠재한 유무형의 분쟁과 분단, 경쟁과 ‘구별 짓기’의 본성을 공동체 문화와 교육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백범, 아니 백범 시대의 교훈을 생각해 본다.
/황교욱 ㈔북한경제포럼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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