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열린〈가덕도 새소리 음악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예술인·시민 모여
전기 없이 자연과 어우러진 음악 선보여

8일 열린 ‘가덕도새소리음악제’에서 치유음악가 봄눈별이 연주하고 있다. /백솔빈 기자
8일 열린 〈가덕도 새소리 음악제〉에서 치유음악가 봄눈별이 연주하고 있다. /백솔빈 기자

“각자 내고 싶은 데로 새소리를 내볼까요?”

김해에 사는 치유음악가 봄눈별의 요청에 야외 공연장에 모인 관객 50여 명이 저마다 새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공연장이 갑자기 깊은 숲속이 된 듯하다. 새소리에 둘러싸여 봄눈별은 아프리카 전통악기 칼림바로 즉흥연주를 했다. 관객은 날갯짓까지 하며 마치 진짜 새가 된 것처럼 지저귀었다.

8일 오후 2시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외양포 포진지 앞에서 열린 〈가덕도 새소리 음악제〉풍경이다.

이 음악제는 가득한 가덕·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가덕동신공항반대예술행동이 공동으로 열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동근이 이날 진행을 맡고 음악제를 연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평소 여기 외양포 마을에 자주 오는데, 어느 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가덕도는 없어져선 안 되는 공간이라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예술가들을 모아 관련 전시를 하고 지난 6월 1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예술 행동을 벌였다. 이 작가는 “6월 예술 행동 때, 이곳에서 새소리 음악회를 열어보자는 제안이 있어 진행했고 앞으로 2, 3회로 음악제가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봄눈별은 이어 가덕도 숲속에서 영감받아 지은 노래를 불렀다. “나는 바람이고, 너의 숨결이며, 우린 구름이고 흐르는 강물이다.” 간단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가락에 관객들도 함께 흥얼거렸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조각가이자 밴드 엉클밥 구성원인 노순천은 이날 ‘거름’, ‘거짓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울보’ 등을 통기타로 연주하면서 노래했다. 그의 어린 딸이 곁에서 협주해 의미를 더 했다.

8일 열린 가덕도새소리음악제에서 노래하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 /백솔빈 기자
8일 열린 〈가덕도 새소리 음악제〉에서 노래하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 /백솔빈 기자

창녕에 사는 김은희·우창수 가수가 이끄는 개똥이어린이예술단도 ‘우포늪엔(가덕도엔) 맨발로 오세요’, ‘좋겠다’ 등을 부르며 자연과의 공존을 노래했다. 바다 관련 노래 등을 이어 부른 후 개똥이어린이예술단은 고생하는 어른들에게 연대의 의미를 담아 안아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외에 부산에서 활동하는 양일동 소리꾼, 광주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양진호, 부산에서 비건 요리사이자 문화 기획자로 활동하는 나까가 그들만의 감성으로 가덕도의 자연을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정영인 미술 작가가 쓴 시 ‘가덕의 목소리’를 낭독했다.

이날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이끌어 참여자들 모두 새소리를 함께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박 위원장은 “가덕도에는 울새, 참새, 박새, 직박구리 등 다양한 새가 산다”면서 “가덕도를 파괴하면 낙동강 하구 역시 훼손된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에는 고니 3000여 마리가 찾아온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많은 새가 가덕도를 등대로 삼아 태평양으로 나가거나, 대륙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수봉, 연대봉을 올라가는 숲길에 반딧불이가 많은데 이런 내용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없는 이야기이다. 봄에 다시 한번 가덕도를 찾아 곰솔도 보고 팔색조 둥지도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는 현재 시민행동은 부산시청에서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농성을 650일 넘게 이어가며 가덕도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고,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폐지’ 등을 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10여 년 전에 낙동강 하구를 보호하는 활동을 해왔고, 2021년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음악제에서 “가덕도에서 아침을 맞이하던 그때 온 천지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그 새소리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는 8대 연안 중 한 군데로 절경이 아름답고 그와 어우러진 생명, 물살이들이 많이 산다”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8일 열린 〈가덕도 새소리 음악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백솔빈 기자
8일 열린 〈가덕도 새소리 음악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백솔빈 기자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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