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탐구 경남家⑥] 진주시 충무공동 2층 단독주택

건축사와 시공자가 완성한 본보기 주택 같은 집
1층에 개방감 큰 거실·안마당, 사생활 확보까지

집은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다량으로 공급된 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저마다 모습을 지닌 주택을 찾아 나섰습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 집 모양새도 달라집니다. 획일화한 주거유형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지어진 경남 우수주택에서 건축주와 설계자를 만나 ‘그 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은 협업하는 사이가 됐다. 진주혁신도시(진주시 충무공동)에서 주택을 설계하고 짓는 짝이 됐다.

백성갑(45)·전혜숙(42) 부부는 진주에서 인테리어·건설업(유진종합건설)을 하고 있다. 전 씨가 대표이고, 백 씨가 이사다. 이들은 충무공동에서 주택 여러 채를 시공했다. 백 씨는 또래가 많고 활기찬 동네 분위기에 자극을 받았다. 학교·학원가가 잘 형성되어 있어 당시 초등학생·유치원생이었던 아들 둘에게도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진주 충무공동 우수주택 문패 옆에서 건축주 부부와 건축사(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
진주 충무공동 우수주택 문패 옆에서 건축주 부부와 건축사(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

부부는 진주 칠암동 주택을 정리하고 충무공동 이사를 결심했다. 2022년이었다. 부부는 신혼 때부터 주택살이를 했다. 칠암동에서 집을 고쳐가면서 살았다. 충무공동에서는 빈터에 집을 지어야 했다. 그러려면 설계를 해야 했다. 2층 단독주택을 그린 박덕성(도원DS건축사사무소) 건축사와 만남은 한 다리 건너 성사됐다. 백 씨는 “사촌 동생이 지인 집을 설계한 박 건축사를 추천했다”며 “도원을 비롯해 건축사사무소 여러 군데 견적을 받아보고 비교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건축사는 주택 설계를 받으면 먼저 집이 들어설 땅과 동네 특징을 파악한다. 박 건축사는 “혁신도시에서 일을 해봤던 터라 공간 특징을 알고 있었다”며 “해당 터는 상가 바로 앞이면서 일면도로에 있어서 집을 외부와 어떻게 잘 차단할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도심지 주택에 살면서도 집안에서 자유롭게 여가활동을 즐기려면 사생활 보호가 중요했다. 그러면서 군더더기가 없는 집이어야 했다.

박 건축사는 부부가 취향이 확고한 건축주라고 했다. 이는 박 건축사가 추구하는 미적 요소와도 일치한다. 그는 “건축물에 무언가를 붙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며 “어떤 질서를 잡아 정돈된 형태를 유지한다면 이것만으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전 씨도 “박 건축사만의 특징이 우리와 잘 맞다”고 동의했다.

진주 충무공동 2층 단독주택 전경. /도원DS건축사사무소
진주 충무공동 2층 단독주택 전경. /도원DS건축사사무소

2층 집은 도로 면에 주차장과 현관 있고 주 활동 공간인 거실과 주방은 최대한 도로변에서 떨어져 있다. 또 집안에서 여가와 레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안마당을 만들었다. 부부와 아이들은 안마당에서 캠핑을 하고 축구를 한다. 그러면서 공간 연결도 자연스럽다. 거실은 안마당과 연결해 내·외부 공간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주방도 거실을 향해 아일랜드식탁을 두어 하나의 공간처럼 구성했다. 이는 수평적 확장성을 키워 전 씨는 주방에서도 거실과 안마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백 씨는 “이른 출근과 늦은 잔업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자 1층에는 공용공간만 두었다”고 말했다. 부부와 아들은 언제나 1층에서 오래 머물다가 잠자리에 든다.

2층에는 사적 공간인 방이 있다. 욕실과 세탁실 사이에 중앙 문을 설치해 효율성을 높였다. 전 씨는 “아이들이 샤워하고 바로 나와서 세탁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세탁실에서 옷을 벗고 바로 욕실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 노동과 아이들 동선을 아우르는 세심한 설계다. 여기에다 세탁실은 전 씨의 안목이 더해져 인테리어 효과가 극대화됐다. 세탁실 천장은 전 씨가 가장 좋아하는 패브릭벽지로 도배되어 있다. 그녀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세탁실에 가장 오래 머물며 휴식과 위안을 받는다.

박 건축사는 1층과 2층 면적차이를 이용한 테라스를 남쪽에 만들어 도심지 주거에서 개방감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외부 노출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거실이 보이지 않는다. 복도를 지나야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그래서 처음 온 사람들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미로 같다고. 현관 바로 옆에 서재가 있다. 아이들이 학습하는 공간이다. 전 씨는 “외부 선생님이 수업할 때도 주거공간을 볼 수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박 건축사는 “구조와 동선의 조화가 주택의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진주 충무공동 2층 단독주택 안마당 모습. /도원DS건축사사무소
진주 충무공동 2층 단독주택 안마당 모습. /도원DS건축사사무소

부부와 건축사 호흡은 좋았다. 2022년 10월 첫 삽을 떴고 7개월간 공사를 하고서 2023년 5월 입주를 했다. 부부가 시공을 했기 때문에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라는 말도 무색했다. 대부분 집 짓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건축주와 건축사 간, 건축주와 시공사 간 불신과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다. 부부는 건축 형태과 배치가 결정되는 동안 박 건축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가며 수정사항도 요청했고, 박 건축사는 빠르게 대응했다. 그래서 완성품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다만 인허가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가 있다. 바로 ‘곡선’ 때문. 전 씨는 곡선 형태의 집을 원했다. 그런데 진주혁신도시 단독주택은 지구단위계획의 건축물 형태 지침대로 지어야 한다.

박 건축사는 “택지를 개발할 때 원형 구간, 곡선 구간, 직선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며 “예를 들면 충무공초등학교 근처가 직선 구간, 무지개초 쪽으로 가면 곡선 구간, 갈전초 인근은 또 원형 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부부와 박 건축사는 곡선을 직선으로 펴는 방식으로 변경해 인허가를 받았다. 전 씨는 “외벽에서 하지 못한 곡선을 내부에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난간도 벽면 경계도 곡선이다. 곳곳에 아치형으로 변주를 준 집은 더 아늑하게 보인다.

집 내부 곳곳이 곡선인 모습. /도원DS건축사사무소
집 내부 곳곳이 곡선인 모습. /도원DS건축사사무소

전문가와 전문가가 만나 지어진 2층 집은 이들의 협업 본보기 주택이 됐다. 백 씨는 “박 건축사가 설계한 집을 보려고, 또 우리가 시공한 집을 보려고 많이들 찾는다”며 “그만큼 잘 지어진 집이라는 자신이 있고, 서로 크게 신뢰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3년 전 맺어진 인연은 현재 함께 집을 짓는 동반자로 이어지고 있다.

백 씨와 박 건축사는 집짓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 박 건축사는 “서너 군데 견적 받기, 건축사가 설계한 집에 꼭 가보기, 그리고 선택했다면 끝까지 믿어주기”라고 했다. 백 씨도 “사실 건축주와 시공자 간 소통과 신뢰가 집짓기 전부다”라고 했다.

/이미지 기자

<2024년 우수주택 선정 경화동 단독주택 개요>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주요재료 : 지붕(칼라강판-징크형), 벽체(와이드 벽돌 타일)

연면적 : 198.45㎡

공사비 : 5억 5000만 원

설계자 : 박덕성

<경남 우수주택이란?>

경남도는 매년 우수주택 40동을 선정한다. 그해 준공한 경남지역 단독주택 중 18개 시·군 추천과 경남도 우수주택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고 거주자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간구성, 친환경 건축기법 등이 심사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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