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에 잘못 사용하면 사실 왜곡
‘잘’ 쓰려 고심해…삶에서도 그러하듯

‘연예인 아무개 친구 집에서 숨진 채 발견’.

숨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연예인 아무개일까요, 아니면 친구일까요? 며칠 전 온라인에 수십 건 쏟아졌던 어느 뉴스의 제목이 바로 이런 형태였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거나 착각하게 만들고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른바 낚시 제목인 거죠. 설마 하면서도 결국 클릭해 읽어보게 만듭니다. 역시, 숨진 건 아무개가 아니었습니다. 이 제목이 기사의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이렇게 작성되었어야 할 겁니다. ‘연예인 아무개 친구, 집에서 숨진 채 발견’.

‘모모시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 요구 확대’.

모모시가 정책 요구를 확대하고 있는 걸까요, 모모시에 사는 청년이 정책 요구를 확대하고 있는 걸까요? 혹시 시민들이나 제삼자가 모모시에 이런 정책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제목에 그저 쉼표 하나 빠졌는데 의미가 무척 모호해졌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의 눈동자가 흔들릴 때’. 이런 제목은 또 어떤가요? 이 경우 쉼표는 ‘아름다운 것은 눈동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전달하고자 한 바는 ‘아름다운 당신’의 눈동자가 흔들린다는 것이지만, 생략해도 될 쉼표를 찍음으로써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갖게 된 것이죠.

온라인 기사를 편집하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종이신문 기사에 제목을 붙이는 편집기자들도 종종 이런 실수를 범합니다. 기사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편집기자는 자신이 쓴 제목이 오히려 기사를 오해하게 할 때 이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교열을 통과한 제목도 다시 보자’는, 제목을 낯설게 바라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사 제목에서는 문장 부호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면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중요한 정보를 압축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제목의 목적이기에 문장 부호를 생략하는 것이죠. 이는 동시에 가독성을 높여 주요 뉴스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문장 부호가 많으면 시선이 복잡해지고 제목을 읽어내는 속도도 느려지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의미 혼동이나 정보 왜곡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서는 쉼표 같은 문장 부호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쓰입니다. 기사 제목에서 쉼표는 주로 주어를 명확하게 표시합니다. 원인과 결과처럼 두 개의 독립적이거나 긴밀하게 연결된 정보를 구분해주기도 합니다. 쉼표를 대신해 줄임표나 작은따옴표가 이런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기사 제목에 쉼표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산 사람이 죽고 죽은 사람이 삽니다. 쉼표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을 때도 생사가 갈립니다. 작은 점 하나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의 이해를 돕고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의도를 주입할 수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늘 잊지 않으려 애쓰며, 제목 한 줄 편집할 때마다 오래 고심합니다. 이 쉼표 하나가 과연 독자들에게 더 명확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찍었다 지웠다 머릿속에서 수십 번.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 여러분께서 쉼표의 유무를 신경 쓰지 않고도 술술, 오해 없이 제목을 읽기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쉼표가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아주 잠시 멈춤으로써 뜻은 더 명료해지고 이해는 깊어지는. 아, 그러고 보니 세상살이에서 쉼표가 갖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임정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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