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리 삶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고 있다. 국내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결과를 보면 AI는 인터넷 도입 당시보다 8배 빠르게 퍼졌다. 상용화 3년 만에 이뤄낸 수치다. AI는 이제 단순히 업무를 돕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상 속 대화 상대이자 새로운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유튜브에선 ‘AI가 정해준 대로 하루 살기’, ‘AI에게 고민 상담하기’ 같은 영상이 심심찮게 보인다. 사람들은 AI에게 평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이야기하고 특정 장소에 가는 최단 경로를 묻는다. 일상생활을 AI에게 맡기는 일이 이제는 하나의 재미가 된 셈이다.
지난달 ‘감악산 꽃별여행’을 취재하러 거창군을 찾았다. 마산에서 거창까지 이동 시간은 약 2시간. 행사장까지 가는 데 오래 걸리는 만큼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AI가 시키는 대로 여행 가기’가 떠올랐다. AI가 식사 메뉴를 정하고 행사장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지도 정해주는 여행이다.
산청휴게소에 도착해 AI에 있는 음성 대화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산청휴게소에서 간단히 먹을 만한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묻자 AI는 해당 휴게소에 입점한 매장 이름과 메뉴를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점심 메뉴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 근처 식당 세 곳을 추천하며 원하는 가격대에 맞는 가게까지 제안했다. ‘존재하지 않는 식당을 알려주면 어쩌나’ 싶었지만 모두 실제 영업 중인 곳이었다.
감악산에 들어서자 문득 AI가 감악산 꽃별여행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AI에게 행사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마치 누군가 물어보길 기다렸다는 듯 관련 정보를 쏟아냈다. ‘혹시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직접 확인해 봤지만 틀린 내용은 없었다.
AI가 대신 내려준 결정들로 채워진 하루는 편리했다. 미리 식당을 알아볼 필요가 없었고 불필요한 선택의 시간도 줄었다. AI는 내가 던진 질문에 정확히 답했고 결과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행사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선택을 했나.’
판단을 대신해 주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직접 생각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속에서도 매 순간 삶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권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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