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경남 대표 교육도시’ 진주에는 여러 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한참 2학기 기말고사 준비로 바쁠 지금, 진주 문산읍 ‘한국국제대학교’에는 어떠한 온기도 느낄 수 없다. 2023년 8월, 학교를 운영하던 재단이 파산하면서 대학도 함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국제대 탐방 영상을 보면 폐교한 지 2년 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학교 건물이 벌써 수명을 다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진주로 향했다.

내부 관계자 도움을 받아 한국국제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문 앞에 도착하자 무릎까지 자란 잡초가 셔틀버스 정류장을 뒤덮고 있었다. 한때는 셔틀버스가 다녀야 할 정도로 붐볐던 공간이라는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교내로 들어서자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벽과 천장, 바닥에는 곰팡이가 번져 쿰쿰한 냄새가 진동했다. 기계자동차공학과 실습실엔 각종 장비와 책걸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학과 게시판엔 철 지난 달력과 포스터, 각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시간이 오래전 멈춘 듯한 풍경이었다.

본부 건물 아래 통로에는 학생들이 그려놓은 벽화가 있었다. 파란 바다 위를 유영하는 물고기와 불가사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미래를 꿈꿨을 학생들은 더 이상 이곳에 올 수 없게 됐다. 공학관 2층에는 학생들이 만들었던 자동차 한 대가 전시돼 있었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동차엔 청춘들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로 붐볐을 과거와 황량한 현재 모습이 대비돼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지자체 주도로 한국국제대 터를 새롭게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폐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이나 공무원 연수원, 유스호스텔 등을 짓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이제 막 논의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한국국제대 캠퍼스를 둘러보며 공간이 가진 생명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꼈다. 매일 오가는 사람들, 누군가의 관심과 손길이 건물을 살아 있게 만든다.

반대로 기억에서 잊혀진 공간은 빠르게 무너진다. 손이 닿지 않는 그 순간부터 건물이 지닌 생명은 꺼져간다.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라도 누군가의 발자국이 닿으면 다시 살아난다. 반대로 아무리 새 건물이라도 사람이 떠나면 그 순간부터 폐허가 된다.

한국국제대학교 터는 단순한 폐교 공간이 아니다. 한때는 지역민들이 머물던 장소이자 아직까지는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땅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히기 전에 이곳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논의와 지역사회 관심이 필요하다.

/권민주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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